"동서양의 문화적 경계를 허물고 실험적 행보를 펼쳤던 故 이응노 화백처럼 캔버스 안을 벗어나 다양한 틀을 직접 만들며 더 크고 과감하게 작품세계를 추구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9일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이응노미술관 M2프로젝트룸에서 개막한 `2020 아트랩대전`은 두 번째 주자인 박종욱<사진> 작가가 7일부터 28일까지 전시 `Con Kammer`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 제목인 `Con kammer`는 control(통제)과 kammer(방)의 합성어로 `통제의 방`을 의미하며 작가의 작품세계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특히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마치 17세기 유럽 절대 왕정의 밀실에서 볼 법 한 괴이한 수집품들로 가득한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진다. 작가는 자신의 취미인 수집을 작품 활동에 반영해 전시장은 그 자체로 작가의 기억, 경험, 감각이 통제된 방으로 구성됐다.

작가가 어린 시절 00 7가방에 모은 의미 있는 물건들과 최근 박제한 곤충 등 수집의 대상은 예리한 도구에 고정된 채 경첩이 달린 견고한 캐비닛 유리 액자 속에 진열돼 있다. 일부 곤충 표본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인체 페인팅과 곤충 표본이 결합된 상태이거나 새의 형상을 띤 조형물로 작가의 손을 거쳐 새 생명을 얻었다.

박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수집하고 분류하는데 쏟아 붓던 열정이 이제는 창작의 영역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평소 취미였던 수집활동과 동시에 개인적인 기억이나 경험, 감각, 공상들을 섞어 원하는 장면들을 진열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이번 전시 작품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개인의 경험, 취향을 반영하는 자족적인 작업에 그치지 않고 캐비닛 밖의 세상을 꿈꾸면서도 틀 안에 안주하고 싶은 인간의 양면적인 감정에 주목한다. 작가는 캐비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반영한 공간으로 표현했다.

박 작가는 "인간은 억압된 상태에서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그 울타리를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도 존재해 통제된 공간이 주는 묘한 안정감을 나타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작품을 처음 마주할 때 다소 난해할 수도 있지만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저의 실험적인 시도와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트랩대전은 대전지역 청년예술가들에게 회화와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시각예술분야를 적극 지원하고자 지난 2017년부터 개최하고 있다.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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