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아름다운건축] 사회적거리

2020-07-08기사 편집 2020-07-08 07:04:59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태양을 피하거나 즐기기 위해 일정을 계획하고 여름철 필수 아이템 찾기로 인터넷서핑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싶은 7월이다. 휴가철이 다가오지만 해외는 언감생심, 국내 또한 거리두기 격상을 검토하는 상황에 중국에서는 이른바 흑사병으로 불리우는 '페스트'까지 발생했다 하니 첩첩수심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방역대응체계에 대한 다각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때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는 건축에서 공간을 다룰 때 사용하는 언어다. 건축사의 능력은 공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형성해 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공간의 형태, 질서, 맥락 등을 조정해 건축을 이루는 것이기에 공간이 건축의 전부라 할 수 있는데 건축에서는 공간을 여러 가지로 이름 붙여 그 의미나 확장성에 따라 내부공간, 외부공간, 연결공간, 그리고 적극적 공간, 소극적 공간, 제3의 공간 등 다양하게 분류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간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바람을 느끼거나 작은 소리를 듣는 것처럼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이 속한 공간의 크기를 인식하고 형태를 파악하며 외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인지하려 한다. 공간을 형성함에 있어 인간이 공간을 인식하는 요소와 영향에 대한 파악 및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한 거리유형을 연구해 건축공간 형성 시 활용하고있는데 '사회적 거리'는 4가지로 분류된 거리유형에 포함된 것이다. 첫째 밀접거리(Intimate Distance)는 0.5m 이내 거리다. 시각, 후각, 상대방의 체온, 숨소리 등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거리다. 개인적거리(Personal Distance)는 0.5-1.2m 거리로 상대방의 시각 속에 명확하게 들어오고 손을 펼치면 닿는 거리다. 사회적거리(Social Distance)는 1.2-3.6m 거리로 상대방이 지각되고 음성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리다. 공공의거리(Public Distance)는 3.6-7.6m다. 상대방 얼굴이 평면화돼 보이고 음성은 높게 지각되는 거리다. 이와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한 거리 유형에 따라 연인들을 위한 좌석배치나 회의실 등 공간 크기를 결정한다. 개인적 거리는 자신에게 속한 공간으로 시각적으로는 볼 수 없는 일종의 보호영역인데 참 재미있는 것이 상대와 공간의 용도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영역에서 침범당할 때는 불안이 야기되지만 공공의 영역인 경우 그 거리가 훨씬 좁아질 수 있다.

만원 버스나 강의실, 영화관을 생각해보면 이해될 것이다. 이렇게 건축에서 사용되는 '사회적거리'는 지금은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용어이나 이 용어의 또 다른 건축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공공의 거리, 그 이상의 거리에서는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캠핑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건축에서도 이색적으로 여겨지던 호텔들이 SNS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자연과 함께하는 지붕도, 벽도 없는 오직 침대와 밤을 밝혀줄 램프만이 존재하며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침대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노천호텔이나 투명 돔 텐트로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글램핑을 즐긴다. 핀란드 오로라를 누워서 감상할 수 있는 호텔, 나무마다 매달려있는 모습으로 룸을 만들어 자연을 느끼고, 얼음과 눈으로 만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만큼 추워보이지만 방문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아이스호텔, 절벽에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듯한데 안전은 최고등급이라는 절벽 위 하우스 등 사회적상호작용은 일어나지않으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점점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인간의 모습이 보여지는 게 아닌가 싶다. 올해 여름은 역대 두번째로 더웠던 2016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한다. 폭염절정기인 7-8월이 다가왔고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함께 수그러 들지 않는 코로나19와 2020년 하반기를 시작하며 다른 때보다 '지금'이라는 말이 다시금 중요함을 되새기게 된다.

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