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교수, 성추행 범행 부인에도 집행유예형 내려져
법조계 "여전히 성인대상 성범죄 형량 낮은 것은 인식 때문"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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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등으로 인해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성인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여전히 낮은 형량이 선고되고 있어 법원이 성인 성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 판사들은 `피고인이 초범`, `피해자와 합의`, `깊이 반성` 등 갖가지 이유를 내세워 솜방망이 선고에 매달리고 있는 가운데 대전지역 성범죄 발생 건수는 줄지 않고 매년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전에서는 한 대학 교수 A(58)씨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A씨는 같은 과 강사인 B씨를 골프장과 식당 등에서 4회에 걸쳐 추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학과장의 직위를 가진 A씨의 추행을 만류하는 주변인에게 피해자가 항의한 이후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보기 위해 추행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업무상 직위를 가지고 피해자를 수시로 괴롭힌 셈. 주변인의 목격담과 증언에도 A씨는 범죄행위를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죄질이 나쁘고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지만 초범이라는 이유로 재판부는 양형을 정했다.

또 지난 4월 대학 캠퍼스에서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한 전 연구교수에게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수년간 18회에 걸쳐 여성 신체 특정 부위를 찍은 뒤 사진이나 영상을 자신의 컴퓨터에 보관했지만 처벌은 솜방이에 그친 것.

비슷한 시기에 남자 초등학생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고 추행한 C(28)씨가 범행을 부인했으나 징역 6년형을 받은 것과 대비된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처벌 격차에 대해 피해자 나이와 범죄 수법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감 차이 등이 형량에 차이를 줬을 수도 있다"며 "특히 최근 웰컴 투 비디오 등으로 인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 강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솜방망이 처벌을 비웃듯 대전지역에서는 매년 1000여 건에 이르는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강간, 강제추행으로만 입건되는 수가 2017년 702건, 2018년 735건, 2019년 713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뚜렷한 범죄율 감소세를 보이지 않자 시민들은 피해자 연령과 상관없이 수위 높은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성범죄가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줄 수 있는데다 가해자가 위력을 행사한다는 점은 비슷하기 때문.

유성구 전민동에 거주하는 곽모(34)씨는 "성범죄는 반성을 하더라도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외국에서는 화학적 시술도 하고 있다.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가해자를 엄벌해 경종을 울려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임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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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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