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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비대면 시대 살아가기

2020-07-07기사 편집 2020-07-07 07: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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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최수웅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우리는 끝내 만나지 못했다. 두 주일씩 미뤄지던 대면강의는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고, 한 학기 전체가 원격강의로 대체되었다.

모두에게 낯선 시간이었다. 선생들은 지금껏 사용했던 강의노트를 덮고 서둘러 동영상 제작방법을 배웠다. 행정직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춰 일정을 변경했다. 학생들은 불안을 감내하며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의 수업에 참여했다.

급히 만든 영상으로 인터넷강의에 익숙한 세대를 만족시키리라 기대할 수 없었다. 애써 수정한 계획이 뒤집히는 일이 거듭되었다. 누구도 방향을 제시할 수 없으니 그저 견딜 수밖에 없었다. 각자 전력을 다해도 해결을 도모하기 어려웠다. 그저 간신히 지연시켰을 뿐.

학생은 강의실에 들어가지 못했고, 선생은 연구실에 틀어박혀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캠퍼스에는 꽃 피고 비 내렸다. 그렇게 한 시절을 견뎠다. 어쩔 수 없다고 푸념하다가 고개를 돌리니, 어느덧 푸른 잎이 무성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노래가 떠올랐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통해 널리 알려진 <당연한 것들>. 시상식은 격조를 갖춘 의식이고, 문화생산자들을 격려하는 축제이자, 소비자와 교감하는 공연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시상식을 부러워했다. 저들은 저리도 즐거운데, 우리는 왜 딱딱하기만 한지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국내 시상식도 화려해졌지만, 공감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규모나 볼거리는 오히려 예년만 못했다. 아무래도 사회 분위기 탓이리라. 반면 울림은 어느 때보다 컸다. 비대면 시대 문화예술의 역할을 물었고, 여러 작품을 연결해 메시지를 만들었다. 특히 전문 공연자가 아니라, 어린이 배우들을 내세운 스토리텔링이 탁월했다. 세련되지 않아 더 진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마음을 두드렸다.

물론 노래 한 곡 부른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잠깐 눈물 흘린다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만나지 못해도 저 너머 당신의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위안이야말로 문화예술의 주요 기능이 아니겠는가.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새로 배운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학생들과 마주했다. 안부를 묻고,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제법 긴 시간 이어진 화상 만남에서 학생들은 말했다. 보고 싶어요. 지금껏 우리가 이토록 간절하게 학교를 그리워했던 적이 있던가.

여전히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도, 이전처럼 돌아가리라는 보장도 없다. 적어도 한동안은 비대면 시대가 지속되리라. 이에 대처하려면 디지털기술의 습득과 스킨십의 강화가 필요하다.

우선 대면 활동을 대체할 디지털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번 학기를 지나며 우리 사회의 정보 격차가 아직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는 시대 변화를 온전하게 대비하기 어렵다.

한편 만나기 어려워질수록 스킨십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이다. 이는 그저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다. 세심하게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활동이 곧 경쟁력이 된다. <당연한 것들> 공연도 같은 맥락. 감동은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 만든다.

학생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며 약속했다. 부디 건강하기를.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기를.

최수웅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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