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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광장] 대장균, 그리고 COVID-19

2020-07-07기사 편집 2020-07-07 07: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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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먼 옛날 작디작은 생명체 한 무리가 새로운 서식지를 발견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발견이라기보다는 그냥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어쨌든 그 무리는 변화된 환경에서 생존에 대한 이런저런 위협과 맞서야 했다. 그 과정 속에서 필요한 능력과 특성을 획득해, 이 무리는 결국 그곳에 터전을 잡고 대대로 살게 됐다. 새로운 서식지는 바로 인간이라는 종의 대장(大腸)이고, 이 생명체의 이름이 됐다. 바로 '대장균'이다.

대장균은 조류와 포유류 등 온혈 동물의 장에 주로 서식한다. 인류가 최초의 온혈 동물은 아니므로 인체 내 대장균은 틀림없이 다른 숙주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건강한 숙주에 함께 존재하는 미생물을 정상세균총이라 한다. 숙주에 해가 없는 경우 공생한다고 하며, 해를 끼치는 경우 기생한다고 표현한다. 건강한 여성의 질에 있는 락토바실러스균은 대사과정에서 질 내부를 산성 환경으로 만들고 질 점막을 선점함으로써 외부 세균 침입을 막아주는 공생균이다.

대장균 또한 공생균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대장 점막을 선점한다. 대장 내 산소를 흡수해 대장 내부를 산소가 부족한 혐기성 환경으로 만들어 호기성 세균이 생존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대사 과정을 통해서 비타민 K나 B12 등을 합성해 영양소 공급에도 기여한다.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체내 대장균이 몰살당할 경우 다른 세균이 대장에 자리 잡을 기회를 주기도 하고, 항생제 내성 변종이 생기면 난치성 감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대장균에는 O-157:H7과 같은 병원성(病原性) 대장균도 있다. 이 변종은 일반적으로 소의 내장에 존재한다. 소와는 공생관계라 특별한 질환을 일으키지 않지만 도축과정에서 오염된 육류나, 분변에 의해 오염된 채소류 등을 통해 인체에 섭취될 경우 문제가 된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우리 면역계는 장내 대장균을 공격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낸다. 이런 평화가 수립되기까지 조금은 험난한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대장균이 선을 지키지 않으면, 예를 들어 요도나 방광 침입 시 우리 면역계는 가차 없는 공격으로 대응한다.

지난 겨울 이후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가 인체에 침입해 전세계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새로운 숙주 환경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는 과정인 셈이다.

일단 숙주가 죽으면 실패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를 통해서만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숙주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얌전히 증식할 수 있는 변종의 경우 더 큰 생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무증상 또는 경증 감염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리라 전망되는 이유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COVID-19의 특성을 보건대 무증상 감염이 아무리 증가하더라도 대장균과 같은 기회를 얻기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옛날 대장균이 처음 인체에 들어와 초기 적응 과정에서 어떤 피해, 즉 질환을 일으켰더라도 우리의 먼 조상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인류와 대장균 간에 서로에게 주는 피해를 줄이면서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생관계가 수립됐고 오늘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는 물론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다.

COVID-19는 시기를 잘못 택했다. 인류는 이미 외부 침입 병원체에 대한 백신 개발을 할 수 있는 과학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다. 다만, 상대를 파악하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COVID-19의 앞날은 어떨까? 운이 좋으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유사한 길을 걷게 되겠다. 매년 새로운 변종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는 일이 반복되는 식으로. 그러다가 변종까지 광범위하게 예방 가능한 슈퍼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온다면 인류에 의해 자연계에서 영원히 사라진 천연두 바이러스와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게 애당초 사람에게 들어오질 말았어야 했다. 물론 바이러스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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