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가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일찌감치 대한민국을 평정하고 세계무대로 진출했던 그가 터키 리그를 마치고 국내로 유턴을 결정했을 때, 세간의 관심은 복귀 조건이었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의 국내 복귀였기에 연봉에 초점이 맞춰졌고, 공개된 금액은 구단 제시액보다도 낮은 3억 5천만 원이었다. 도쿄 올림픽 메달과 후배들의 연봉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낮은 연봉을 감수한 결정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달 18일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김연경 선수를 언급하며 `상생`을 강조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사실 김연경 선수의 국내 복귀는 `상생`과 함께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을 의미하는 리쇼어링(Reshoring)과 유사한 점이 많다. 먼저, `본질`만을 생각했다는 점이다. 흔히 관심을 갖는 연봉이나 처우 등은 심각한 고민의 지점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코로나19 걱정 없이 즐겁고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했다. 기업의 국내 유턴도 이와 마찬가지다. 보다 안정적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 기업의 본질인 이윤창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앞장서 조성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특히 현행 제도의 틀에 너무 수세적으로 얽매이지 말고 가급적 빨리, 적극적으로 기업의 이전과 정착을 돕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나눔`을 실천했다는 점이다. 터키리그에서 그의 연봉은 17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우리 여자배구에는 샐러리캡 23억 원이 적용된다. 특정 선수에게만 높은 연봉을 주면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의 연봉이 낮아지고, 팀워크를 해칠 수도 있다. 기업도 고민이다. 타향살이 하느니 국내에 들어오면 좋은데 그만큼 인건비 등의 비용이 더 드니 순익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겠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착한 기업의 시대를 앞둔 미래 기업의 생존 전략은 지역 사회와의 `나눔`에도 방점이 찍혀야 한다. 정부가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에게 지역인재채용할당제 준수를 강력히 주문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품격`있는 국내 복귀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연경은 국가대표 에이스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굴지의 대기업이 아닐지라도 해외에 공장이나 지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은 현지에서는 이미 `한국 기업`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현실 속에, 생면부지 외국 청년 둘도 좋지만, 우리 지역 청년 하나 키워주는 것이 국가대표 기업의 품격이자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정도(正道)다. 정부와 지자체도 국내 유턴 기업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더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방역의 수범 사례를 쓰고 있는 우리 경제의 안정성과 유연성은 위기에 처한 글로벌 경제의 피난처로서 국가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인건비와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해외로 이전했던 기업들은 불안정한 현지 상황이 골칫거리고, 몇몇 대기업들은 실제 해외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국내 공장 증설로 선회했다. 정부도 이에 화답하듯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혜택을 대대적으로 늘릴 것을 천명했다. 지자체들도 앞 다퉈 지역형 리쇼어링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의 인센티브 요건을 완화하고 보다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재계와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에서는 수도권으로의 기업 유턴을 우려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본질에 집중하되 품격 있는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국가와 지역, 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배구 여제의 리쇼어링이 주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