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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이야기] 세균과 싸우는 흙

2020-07-06기사 편집 2020-07-06 07: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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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수정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코로나19가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고 있다. 급기야는 인종 간, 세대간, 계층 간 갈등까지 부추기는 모양새다. 인류가 오랜 시간 공들여 이룬 정교한 조화와 질서를 흔들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원시 바이러스가 이렇듯 우리 생활의 근간을 뒤흔드니 자못 당황스럽다.

2015년 한 아기의 사진과 함께 '이 아기는 142세까지 살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의학 지식과 항 노화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인류는 이제 불로장생을 꿈꾸고 있다. 19세기 초반 인류의 기대수명이 40세에 미치지 못한 것에 비하면 괄목상대한 수준의 발전이다.

의료 혜택이 귀한 아프리카 오지에는 일명 살을 파먹는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심한 피부 궤양을 앓는 어린이들이 많다. 이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녹색 혹은 푸른색을 띄는 흙을 상처에 발라 피부 궤양을 치료하는 민간요법을 사용해왔다. 이 흙의 성분인 French green clay는 상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아리조나 주립대학 연구진은 점토가 항생제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를 사멸시키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여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점토는 2마이크론보다 작은 미세한 크기의 다양한 광물로 이루어져 있다. 점토가 박테리아를 파괴하려면 팽창성 점토광물과 황철석, 장석 등 특정한 광물로 구성돼야 한다. 여기서 일어나는 양이온 교환, 황철석의 산화, 장석 광물의 용해와 가수분해 반응 등이 박테리아의 사멸을 일으킨다. 광물로부터 녹아나온 철과 알루미늄 이온이 박테리아 세포의 외벽에 계속 쌓이게 되면 세포막 단백질의 성숙을 방해하고 세포 간 단백질과 DNA를 공격하게 된다. 심지어 점토의 이러한 화학적 독성은 24시간 이내에 박테리아에 빠르게 작용한다. 미국 오리건 주에 있는 Oregon blue clay는 대장균을 포함한 다양한 병원성 박테리아를 사멸시킨다고 하니 메디컬 점토라 부를 만하다. 단순한 진흙처럼 보이는 점토 광물이 바로 천연 항박테리아 치료제인 셈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지구의 작고 상냥한 보살핌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수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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