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도시나 마을의 광장에서 `페스트 퇴치 기념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가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세유럽의 페스트는 1347년경부터 수년간에 걸쳐 유럽을 초토화했다. 이 페스트 유행은 중세봉건사회의 수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처음에는 어디서 유래했는지 어떤 질병인지도 모르고 속절없이 당했고, 당시 유럽의 주 종교인 가톨릭에 대한 믿음에 의구심이 퍼져나가며 미신적 접근을 하게 되자 희생양이 필요했다. 원인을 모르는 상태로 우물에 독을 살포했다며 유대인을 살해하는 등 박해했으며 주술가나 점성가들을 마녀사냥으로 처형했다. 당시로써는 알 수 없었던 유행병에 대한 무지와 사회권력자들의 기득권 방어를 위한 권력 행사로 억울하게 피해를 본 사람들이 생겼고 사회가 흉흉해 졌다. 한편으로는 순식간에 인구가 줄어들어 봉건 농경사회가 필연적으로 산업화로 변화하며 중세 르네상스로 바뀌는 기폭제가 된다. 일손 부족으로 봉건영주들은 농민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전염병의 대유행은 정치, 경제, 종교 등의 사회 전반적인 부분을 음양으로 변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이쯤에서 우린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찌 현명하게 살아갈지를 판단해야 한다. 중세 페스트 대유행에서부터 메르스, 에볼라 및 신종플루에 이르는 역사가 알려주는 가르침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재확인해야 할 시기다. 개인, 산업, 사회의 위생 및 안전관리는 물론이고, 이런 재앙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최소화하고 위로하며, 모든 산업, 경제 및 사회활동이 지구상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더불어 어울려 환경 및 자연 보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코로나 유행을 현명하게 대처하고 이겨내는지도 중요하지만, 우린 역사의 가르침을 배워 이번 코로나 유행 이후에 적확히 적용해 슬기롭게 살아가는 것은 절대적이다. 만약, 코로나 이후 정확한 분석과 대책을 완벽히 실천하지 않아 이 아름다운 초록별과 우리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지구상에서 우리 존재를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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