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끝내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를 놓고 한 달간 벌였던 원 구성 협상이 어제 본회의에서 여당의 상임위원장 `싹쓸이`로 귀결된 것이다. 원내 1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간 것은 1985년 12대 국회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일단 생경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로 인해 그동안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을 통해 견제와 균형, 상생과 협치를 구현하던 전통과 관행이 깨졌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여야 갈등과 앙금이 향후 국회 운영과 국정 수행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민주당은 어제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원장 가져감에 따라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모두 점유하는 등 국회 권력을 독차지하게 됐다. 한마디로 집권여당의 뜻대로 국회가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완성한 셈이다. 특히 법사위를 통한 야당의 견제라는 장치를 무력화함으로써 민생·개혁법안 등을 다룸에 있어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권한에 비례해 책임도 커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가는 상황이라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해찬 대표의 말처럼 국회나 국정 운영에 있어 핑계나 책임을 떠넘길 대상이 없어졌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자칫 독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와 주의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미래통합당은 예상대로 여당의 수적 우위에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협상과정에서 명분과 실리를 놓고 오락가락하다가 모두 놓쳤다. 게다가 국민적 공감대도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야당 본연의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야당의 존재감을 투쟁에서 찾을 게 아니라 정책으로 경쟁하라는 얘기다. 국민을 위하고,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개발한다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원 구성은 일단락됐다. 당장 국회에는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3차 추경안을 비롯해 공수처 출범 등 현안들이 쌓여 있다. 원 구성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쉽사리 해소되기는 어렵지만 언제까지 국회를 야야의 대결장으로 만들 수는 없다. 국회가 일손을 놓으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국민이다. 여야 모두 평정심을 회복하고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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