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섰다 우리 청년 학생들 민족의 해방을 위해"라는 가사만 보고도 절로 리듬이 읊조려지거나 심장이 아다지오에서 갑자기 아지타토, 혹은 아파쇼나토의 속도로 뛰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아마도 80-90년대 대학과 인연 있는 사람이리라. 비슷한 시절 전경으로 군 복무 하며 시위 진압에 내몰렸을 이들에게 구타의 기억을 소환할 지도 모를 이 노래의 제목은 `전대협 진군가`이다. 1989년 한양대 학생인 윤민석이 작사·작곡한 전대협 진군가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과 더불어 대학 캠퍼스 안팎의 각종 집회나 시위, 심지어 대학생 MT에서까지 불리우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전대협의 정식 명칭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다. 1987년 8월 19일 충남대에서 공식 발족했다. 당시 전대협은 전국 19개에 지구를 두고 각 대학 총학생회장이 대의원이 되는 학생운동사상 최대 조직이었다.

전대협은 1990년대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으로 바뀌었다. 학생운동 쇠퇴기와 맞물려 한총련은 전대협 만큼의 지명도나 영향력을 갖진 못했다.

조직은 사라졌어도 인걸은 남아 정치권에는 전대협 출신 인사들이 쟁쟁하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원내대표가 전대협 1기 간부 출신이다. 통일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인영·우상호 국회의원은 전대협 의장과 부의장을 지냈다. 이들 말고도 전대협 진군가가 익숙한 86세대는 우리 사회 곳곳의 중추를 이룬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86 꼰대`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최근 전대협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과거 진보 성향의 전대협을 패러디해 (신)전대협이라 이름 붙인 보수단체가 전국 440개 대학에 5000장의 대자보를 붙였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 비하 표현 등이 담긴 대자보를 천안의 한 대학교에 붙인 20대에게 얼마 전 법원이 건조물 침입죄를 적용해 벌금 50만 원의 유죄를 선고하자 이에 항의하며 대자보 공세에 나선 것이다. 항의 대자보 제목이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부제가 `전두환 정권 때도 없었던 대자보 유죄판결`이다.

전두환 정권 때는 무엇이 있었을까? 장마철 정말 `목`이 탄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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