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부의장직 고사"... 김태흠 농해수위위원장도 물거품

21대 국회 원구성이 29일 우여곡절 속에 마무리됐지만 핵심 요직에 충청권 중진의원들이 포진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중진급 의원들을 대거 배출하고도 정치적 입지와 지역 현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충청권은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비롯해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 현안 과제가 산적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크다. 정치력 약화가 우려되면서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온다.

우선 야당 몫 국회부의장에 내정됐던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부의장직을 고사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통합당이 7개 상임위원장직을 포기하기로 결정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 폭거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국회부의장 안 한다"고 썼다. 그는 의장단 선출과정에서 야당 몫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정 의원이 야당 측 부의장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야당 몫 부의장 자리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다수의 중진급 의원들이 포진한 충청권에선 주요 상임위원장 후보군으로 몇 몇 의원이 거론된 바 있다.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과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이 대표적이다. 3선에 오른 박 의원과 김 의원은 충청권 유력한 상임위원장 후보였지만 박 의원은 선수에 밀려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했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유력후보로 꼽혔던 김 의원 역시 야당 측이 상임위원장직을 포기하면서 기회는 무산됐다. 올 초 20대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은 4선의 홍문표 통합당 의원(충남 예산·홍성·4선)도 임기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임 가능성도 존재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앞서 민주당 법제사법위원장 유력 후보로 꼽혔던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도 윤호중 의원(4선. 경기 구리시)에 선수(選數) 등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남겼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당 내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징적 위치를 선점하지 못하면서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놓고 있다. 지역에서 요직을 차지한 인물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를 맡은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갑)이 유일한 상황이다.

한편 상임위원장 자리는 `국회의원의 꽃`으로 불린다. 그간 3선급 의원이 맡아왔다. 상임위원장은 대내외 행사에서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해당 상임위 사회권을 갖고 있으며 지역구 예산확보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감기관을 통해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본청에 넓은 사무실을 제공받는다. 특활비 폐지로 타격은 입었지만 지금도 월 300만 원을 쓸 수 있다. 이런 이유에 3선 의원들은 앞다퉈 상임위원장을 노린다. 자리는 한정됐는데 후보가 많다 보니 지난 20대에선 2년 임기를 1년씩 쪼개서 맡기도 했다. 서울=이호창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호창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