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10.29% 개표 무산, 갈등치유·주민투표법 개정 숙제

지난 26일 실시된 일봉산 주민투표가 낮은 투표율로 개표가 무산됐다. 사진은 투표소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지난 26일 실시된 일봉산 주민투표가 낮은 투표율로 개표가 무산됐다. 사진은 투표소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일봉산 보존방식을 놓고 격렬한 찬반양론 속에 치러진 주민투표가 저조한 투표율로 개표가 무산됐다. 주민투표 변수를 벗은 일봉산(일봉공원) 민간개발 특례사업은 속도를 내게 됐다. 찬반으로 갈려 그동안 깊어진 갈등의 수습과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드러난 허술한 주민투표법의 문제 해결은 숙제로 남았다.

충남도선관위에 따르면 일봉산 도시공원 민간개발 특례사업의 찬반을 묻기 위해 일봉산 일대 6개 동, 19세 이상 투표권자 13만 445명을 대상으로 지난 26일 본투표, 21일과 22일 사전투표가 실시됐다. 1만 3424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 10.29%를 기록했다. 낮은 투표율은 사전투표율이 3.76%에 그치며 예견됐다. 주민투표법이 정한 개표 요건인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투표에 미달해 개표가 진행되지 않으며 일봉산 주민투표에 참여한 1만 342명의 표심은 영영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일봉산 주민투표가 개표 무산으로 귀결되자 민간개발 특례사업자와 천안시, 민간개발 특례사업 반대 단체는 26일 각각 입장을 밝혔다.

일봉공원주식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주민투표결과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며 지역주민에게 보다 유용하고 만족스러운 공원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갈등의 시간이 끝나고 서로 위로와 격려, 화합할 때"라고 덧붙였다.

천안시는 전국 최초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대해 실시한 일봉산 주민투표의 결과가 투표율 미달로 개표하지 않음에 따라 부득이 민간공원 특례사업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29일 실시계획인가·고시 후 관련 법령과 행정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이번 주민투표는 주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천안시 최초의 주민투표였기에 개표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며 "투표 참여와 불참 시민 모두의 뜻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동안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 시민 의견을 적극 반영한 일봉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는 명품공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사업추진에 대한 협조를 당부 드린다"고 전했다.

일봉산지키기시민대책위는 "주민투표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이후 천안시는 주민투표 전후 과정에서 불거진 지역 갈등을 치유하고 도시공원 보전을 바라는 시민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민의를 반영 못하는 주민투표법에 유감을 표하며 제도적 보완도 요구했다.

주민투표법의 허점으로 일봉산 주민투표는 선거운동기간 투표참여와 투표불참 홍보전이 가열되며 현수막 난립 등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일봉산 주민투표는 박상돈 천안시장이 직권발의하고 천안시의회가 주민투표 동의안을 가결하며 이뤄졌다.

한편 일봉산 민간개발 특례사업은 천안시 동남구 용곡동 462-16번지 일봉산 일원 40만 2614㎡에 6700억 원을 투입해 부지의 29.3%인 11만 7770㎡는 1820세대 아파트를 신축하고 70.7%인 28만 4844㎡에는 산책로와 전망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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