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의 한 슈퍼마켓 앞 노인들이 모여 있다. 김량수 기자
대전 중구의 한 슈퍼마켓 앞 노인들이 모여 있다. 김량수 기자
"형님, 거 코로나 때문에 담배피면 안돼…"

25일 오전 11시 30분쯤 대전 중구 중촌동의 한 아파트단지 놀이터에 때아닌 노인들이 곳곳에 서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인들은 하나 둘씩 서로 간 "식사는 했냐"며 안부를 묻거나 해외로 간 자녀들 이야기를 나눴다.

놀이터 지근거리에 복지관과 경로당이 위치해 있지만,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탓에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든 것.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자 노인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고, 남아있는 두 명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82)씨는 "마누라 죽고 나서 뭐 혼자 다니지…할 일 없으면 나왔다가 TV봤다가, 근처 하천 주변을 걷거나 그렇게 시간 보내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25일 대전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 경로당 824곳이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시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며 노인들의 안전이 담보될 경우 경로당 운영 재개를 검토할 계획이었으나, 방문판매업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경로당 운영 재개는 기약이 없다.

같은 날 중구의 한 슈퍼마켓 옆에 설치된 벤치에서도 옹기종기 모여있는 노인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서로 간 대화는 나누지 않았지만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이 모여든 것으로 보였다.

이곳 슈퍼마켓 주인 이성도(61)씨는 "코로나19로 복지관 문이 닫혀 이곳과 인근 놀이터 등에 어르신들이 많이 몰린다"며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버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무더위대피소 또한 감염 우려로 운영이 중단되면서 노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구 주민 전남식(73)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복지관이 문을 닫아 노인들이 가서 쉴 곳이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일부 시골 마을 단위에서 경로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노인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치명적"이라며"각 구청에 모여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의할 수 있도록 안내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라고 말했다.김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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