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와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긴가민가하는 호기심을 부르는 내용부터 자극적이고 심한 내용까지, 우리는 매우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낸다. 최근 탈북자단체에서 시작된 대북 전단으로 인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고, 북한군의 서해 해안포의 포문 개방과 비무장지대 대남확성기가 재설치되는 등의 급작스럽고 위험해 보이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남북한의 합의 사항이 파기되는 모습이 보이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의심되는 확산이 일어나고 있고, 대전을 비롯한 지방에서의 확산세가 우리 모두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우리지역의 경우 제2의 대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장벽`이란 사전적 의미로 `둘 사이의 관계를 순조롭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을 뜻한다. 장애가 되는 것이나 극복하기 어려운 것을 의미하는 말로, 주로 상대방을 배격하기 위해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명한 장벽으로는 베를린 장벽, 모로코 장벽 등이 있으며 대한민국에 있는 비무장지대도 이에 속한다.

장벽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존재한다. 바로 `피부장벽`이 대표적이다. 정상인의 피부에는 1㎠당 1,000~10,000마리 정도의 세균이 살고 있고, 습한 피부에는 약 10만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 우리 몸의 피부에서 정상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세균을 피부상재균이라고 하는데, 이 피부상재균은 외부 세균으로부터 피부 세포를 보호하는 일차 방어막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때를 심하게 미는 등의 `지나친 위생` 조치를 한 경우 피부상재균의 집단 거주 자체가 완전히 파괴된다면, 외부 유해 세균이 피부를 점령하면서 오히려 더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피부는 아주 예민한 감각기관이다. 우리의 피부는 온통 털로 덮여 있어서 어떤 물체가 털에 닿는 것을 아주 재빨리 느낄 수 있다. 또 피부에는 냉점, 온점, 압점, 통점 등 네 가지의 감각점이 존재하는데, 이중에 통증을 느끼는 통점의 개수가 가장 많다. 묘하게도 어느 감각점이든 심한 자극에 대해서는 통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바로 외부로부터 유해한 것들이 피부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빨리 알아차리고, 그에 따른 방어를 하기 위한 장벽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부의 제일 바깥쪽을 이루고 있는 각질층은 아주 얇고 매우 약하게 붙어있다. 때문에 때를 밀게 되면 대부분의 각질층을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마디로 보호막을 스스로 없애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많은 사람들이 각질을 제거해야 피부 결이 매끈해져 피부 미용에 좋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각질층은 표피의 수분 증발과 손실을 억제하는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표피가 정상적인 생화학적 대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피부 외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화학적·물리적 손상에 맞서 피부를 보호해 준다. 더불어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이 피부로 침범하는 것도 막아준다. 또한 피부에는 정상적으로 항생물질이 존재하는데, 각질층은 항생물질의 농도가 가장 높은 부위다. 따라서 때를 자주 미는 사람들은 피부 방어막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서 모낭염이나 종기와 같은 세균 감염으로 비롯되는 피부병의 빈도가 높아진다.

지금은 남북간의 장벽도 피부와 같은 기능을 해야 한다. 국민들의 안위를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양측 간의 긴장을 높이는 원인을 빨리 없애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참에 우리를 지키는 장벽이 튼튼하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확인해 봐야한다. 또한, 나라의 장벽을 피부의 때처럼 생각하고 너무 쉽게 밀어버린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제든 나라를 지키는, 또 내 몸을 지키는 장벽은 쉽게 파괴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또 잘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벽이 제대로 유지되면서 긴장 상태 없는 그런 평화가 그립다.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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