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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문학] 쿠팡맨의 비애

2020-06-25기사 편집 2020-06-25 0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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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정아 시인

세계 각국들이 C19 바이러스로 인해 전례 없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 한국은 슈퍼 전파자 색출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첨단의 진단시스템과 의료인들의 용기와 헌신이 뒤따랐다. 연일 투명하고 신속한 통계치를 발표하는 질병관리본부의 기민한 대응은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줌과 동시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숨 가빴던 고비를 넘기면서 확진자 수가 한 자리로 줄어들었다. 불안과 공포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자 너도 나도 안도했다. 하지만 개인과 사회의 안전을 위해 좀 더 조심해야 했다.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나자 여유가 생기면서 긴장감도 풀렸던 것일까. 한동안의 부자유를 보상 받겠다는 듯 해이해지면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속출했다. 젊은이들의 이태원 일대 클럽 일탈이 그 서막이었다. 물류센타, 종교시설과 방문판매업체, 노래방, 탁구장 등 밀폐 밀집된 공간으로부터 C19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되는 추세다.

타 지역에 비해 나름대로 선방하던 대전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확진자가 40여 명이나 늘어나다니. 서구 괴정동 다단계 방문판매업체로부터 비롯되어 n차 감염으로 이어지면서 대전시민들은 극심한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뉴스부터 시청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니 일상이 꼼짝없이 C19에게 포박 당한 느낌이다.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자칫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우리 삶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온라인 결제로 구매하는 품목이 차츰 늘어났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함께 재미 삼아 한두 가지 물품을 주문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집안에 가만히 앉아 손끝만 몇 번 까닥이면 되는 편리성과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빠른 배송에 이끌리고 말았다.

C19로 인해 예전의 일상과 달라졌다 해도 생활필수품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구매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여 일일이 시장이나 마트에 가는 대신, 편리한 온라인 쇼핑에 맛이 들려 자주 모바일 폰을 들여다보곤 한다. 언젠가부터 전날의 주문품이 현관문 앞에 언제쯤 도착하려나 싶어 택배맨의 배송 문자를 기다리는 일도 일상의 한 단면이다. 이제 온라인 쇼핑과 택배문화는 우리네 삶 속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저녁밥을 먹으며 뉴스를 보던 참이었다. c19로 인해 쿠팡 부천물류센타를 2주간 잠정 폐쇄 시키는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집단검진 결과 부천물류센타 근무 쿠팡맨들 다수가 확진자로 밝혀져 우려스럽다는 뉴스진행자의 멘트가 뒤따랐다.

아니나 다를까. '쿠팡맨의 출입을 제한 한다'는 몇 몇 아파트단지의 경고문이 경비실과 출입구 유리문에 나붙은 화면이 지나갔다. 취재기자의 멘트와 함께 또 다른 화면으로 바뀌었다. 택배상자를 포개 안은 쿠팡맨이 잰걸음으로 열린 엘리베이터로 다가오는 걸 번연히 알면서 면전에서 문을 닫다니.

그 순간, 내가 그 쿠팡맨인 듯 감정조절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진동은 의외로 길었다. 사람과 사람 간 마음의 거리가 저만큼 멀어진 나머지, 극단으로 흐르는 이기주의를 여과 없이 지켜본 느낌은 씁쓸했다. 그는 바이러스 감염 검사 결과에서 음성판정을 받았기에 일하러 나왔을 터이다. 일부 쿠팡맨이 확진자여서 정상근무자들까지 전체집합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일방적인 시선으로 상대방을 매도하는 횡포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서 우리의 필요와 편의에 의한 방식대로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다시 TV화면이 바뀌어 방송사 기자가 한 쿠팡맨과 인터뷰에 나섰다. 쿠팡 작업복 차림의 뒷모습과 함께 자괴감에 젖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삶의 고단함보다는 세태에 대한 환멸감이 짙게 묻어 있어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저렸다. 김정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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