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기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신생아실 파트장
신연기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신생아실 파트장
파트장으로 발령받던 해 간호부장님께서 어떤 부서장이 되고 싶냐고 물으셨고 준비되지 않았던 나는 `부서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부서장`이 되겠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에 간호부장님께서는 `부서장은 무엇보다 일을 잘해야 돼`라고 말하시며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셨다.

사실 간호부에 속해진 중간관리자들을 포함해 간호사 한명 한명을 잘 들여다보면 일을 잘하는 간호사들이 꽤 많이 있다. 나보다 선배인 경우도 있고 후배인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공통점에는 매끄러운 일처리와 주변 사람들을 이끌고 가는 여유로움, 의사소통시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능력들 외에도 빠른 추진력과 판단력, 즐거운 병동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 등 다양하게 보인다.

2004년 입사해 지금까지 나에게 주어진 업무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왔고 양심을 저버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내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던 나는 `일을 잘해야만 하는 부서장`이 되고 나서 스스로를 다시 평가해보기 시작했다.

업무를 하면서 환자와의 마찰로 인해 힘든 순간에도, 부서원과의 사이에서 마음이 힘든 날에도 간호부장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내가 진짜 부서장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는지 하루를 되돌아보고 자책도 해보다가 반성으로 마무리를 하고 나면 결국은 또 새로운 아침 출근길이었고 그렇게 매일 새로운 다짐을 하며 하루, 한 달, 그리고 1년, 또 1년을 보내고 있다.

부서장이 된 지금 하루에도 몇 십번씩 전달을 해야 하거나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말을 잘했나?` `그렇게 말하지 말걸 그랬나?` 하는 들키고 싶지 않은 후회들이 밀려올 때도 있다. 하지만 나의 행동으로 인해 부서원들이 상처받지 않고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부서장이 되기 위해 부단히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비단 뛰어난 업무능력, 대화의 기술, 소통하는 이미지 등의 면모가 중간관리자에게만 요구되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3교대 근무로 인해 첫 직장생활의 초심보다는 무기력감이나 인간관계속에서의 갈등이나 피로감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환자를 돌보고 신속 정확함을 요구하는 업무를 하다보면 업무능력 뿐 아니라 후배 간호사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환자나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에서 얻어지는 긍정적인 대화의 기술들이 같이 성장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힘든 순간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책임감이다. 처음 언급했던 일 잘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든 행동에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 `책임감`이라는 튼튼한 씨앗이 심어져야 하고 신뢰와 솔선수범, 격려라는 거름이 더해진 뒤에 비로소 뛰어난 업무능력과 대화의 기술과 소통하는 이미지라는 여러 개의 결실의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긴 시간 끊임없이 본보기가 되어주고 믿어주고 격려의 마음으로 이끌어가는 거름의 존재가 바로 부서장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도 또 한 번 나의 언행에 대해 반성해보고 게을리 한 순간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며 하루를 마무리 해본다.

신연기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신생아실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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