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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 사태와 경찰

2020-06-23기사 편집 2020-06-23 0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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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최해영 대전지방경찰청장
축구통계 매체 '스쿼카'에서는 매 시즌별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한 팀의 선수들 중 언성 히어로(unsung hero, 보이지 않는 영웅)를 한 명씩 선정한다.

2010-2011년 시즌은 당시 우승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박지성 선수를 선정했다.

박지성 선수는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성실함과 열정으로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선정의 이유였다.

여름철이 되면 들이나 냇가에서 흔히들 돼지풀이라고도 하는 고마리 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풀은 너무나 무성하게 번식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이제 그만 번져라고 '고만이'라고 부르던 것이, 세월이 흘러 '고마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유래가 있다고 한다.

이런 고마리는 지저분한 생활하수가 배출되는 곳에서 물을 정화시키고 중금속을 분해하는데 탁월한 기능을 하며, 중국 본초도감(本草圖鑑)에서는 식욕을 돋우는 좋은 약초라고 설명돼 있다.

이처럼 세상 어느 곳에서나 주변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존재가 있다.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되는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을 안전하게 수송하고 경찰인재개발원을 임시숙소로 제공했다.

또한 사태가 진행되면서 자가격리이탈자의 소재파악, 격리시설 경비와 지역에 있는 유흥주점 등 다중이용 시설에 대한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밤낮 없이 점검했다.

무엇보다도 사건 현장에서 감염 의심자와 어쩔 수 없이 접촉해야 하는 경찰관의 감염을 막고 안전을 지키는 것이 힘든 일이었다.

사실 이와 같은 국가적 재난 등에 대한 경찰의 헌신적인 대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국민의 안전이 우려되는 모든 재난 사태에 경찰은 항상 뒷받침 역할을 하고 있었다.

경기북부청 연천서장으로 근무하던 2010년에는 구제역이 국내에 처음으로 발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구제역 청정구역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의 급성 전염병인 구제역은 전염력이 강해 해당 농가는 물론 주변 지역까지 통제관리가 중요하다.

이동통제소를 설치해 24시간 지역을 통행하는 모든 차량과 사람에 방역소독을 하는 등 엄격히 관리했고 살처분을 피해 축산물을 몰래 유통시키려는 축산업자와 유통업자에 대한 단속도 이뤄졌다.

작년 경기북부청장 때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파주지역에 발생해 이동통제소 운영은 물론 전염 매체인 야생멧돼지를 잡는 경찰관 수렵 팀까지 구성했다.

경기북부권역 5개 시·군에서 많은 축산농가가 살처분 등 피해를 입었지만, 전국적으로 감염 확산을 막고 유관기관과 협업이 잘된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경찰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재난·재해 사고 발생 시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주무부처는 물론 지자체, 사회단체 구분 없이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려운 시기 혼란을 틈타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사회적 자정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여러 학자들은 코로나19는 세계사적 변곡점이 될 정도로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찰도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 새로운 치안영역에 대한 역할이 점차 세밀해지고 확대돼 갈 것이다.

그때마다 경찰은 박지성 선수와 고마리 풀과 같이 오로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 해 낼 것이다

안정화돼 가던 코로나 사태가 방문판매업체, 물류센터 집단감염 등으로 재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그간 대한민국은 위기 때마다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국난을 극복해 나간 경험이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지금처럼 관련 기관의 협업과 국민의 단합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찰의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최해영 대전지방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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