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김인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한국시간 5월 31일 새벽 4시 22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재활용로켓 팰컨9이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싣고 우주로 날아오르는 순간 우리 앞에 `뉴 스페이스`가 펼쳐졌다. 최근 뉴 스페이스의 문을 두드리는 여러 상황들이 있었지만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에 의해 민간우주 시대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구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우주로 발사된 지 63년 만에,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선을 달 표면에 내려놓은 지 51년 만에 우주개발 영역은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넘어가게 되었다.

어느 과학기술 분야이든 연구개발 초기에는 정부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궤도에 오른 뒤에는 민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이 연구개발 가치사슬의 건전성 면에서 볼 때 경쟁력 있는 방안일 것이다. 문제는 자발적으로 많은 창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얼마나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얼마나 예산투자를 하는 가가 그 분야의 세계 시장을 얼마나 점유할 수 있는가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역할은 연구개발 초기의 동력 제공도 중요하지만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넘어가는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고 바로 그 시점에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큰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국방연구개발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국방연구개발은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 설립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50년간 많은 종류의 무기체계가 개발되어 우리 군의 전력 증강에 기여해왔다. 정부주도 무기개발 사업을 통해 무기체계 국산화를 견인함으로써 정부가 방산기업에 성장 동력을 제공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방산기업들도 다양한 정부주도 사업 참여와 경험을 통해 무기체계 자체개발 능력을 확보하였을 것이기에 지금이 민간주도 무기개발, 즉 `뉴 디펜스` 시대의 문을 열어야 할 때가 아닌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볼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2018년 발간된 `국방과학기술 수준조사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영국, 중국, 일본에 이어 이스라엘보다 한 단계 낮은 세계 9위이다. 한 국가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곧 그 국가의 국력에 비례한다고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9개로 메달 순위 8위이었는데 우리보다 메달을 많이 획득한 7개 국가가 바로 우리보다 국방과학기술 수준이 높은 1위에서 7위까지의 국가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국방과학기술 수준을 5, 6위권으로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은 방산기업의 국제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SIPRI 발간 책자에 수록된 2018년 국가별 100대 방산기업 수의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이스라엘과 공동 7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우리보다 순위가 높은 6개 국가는 분석에 제외된 중국을 포함해 국방과학기술 수준이 우리보다 높은 7개 국가와 정확히 일치한다. 방산기업의 기술개발 능력을 키우고 수출을 늘려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그 해답이 있으며 그 해답은 무기개발을 민간이 주도하는 뉴 디펜스 추진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들어 방위사업청을 중심으로 민간주도 무기개발을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관리규정에 업체주관 연구개발을 우선 고려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었고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업체주관 무기개발이 용이하게 되었다. 대학, 출연연, 방산기업으로 이어지는 국방연구개발 가치사슬에 정부의 지원과 투자가 보태져서 방위산업을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육성하여야 한다. 방산기업도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출발선에 다시 서야 한다. 바로 지금이 뉴 디펜스 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할 시점이다.

김인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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