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1969년 7월 인류 최초의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11호가 발사된 미국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반세기가 지난 5월 30일에 또 하나의 역사적인 발사가 있었다.

전기자동차 테슬러의 창업자로 유명한 앨런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사가 두 명의 우주인을 태운 크루드래건 우주선을 발사하여 국제우주정거장과 도킹에 성공함으로써 사상 첫 민간 유인우주비행의 서막을 알렸다. 아울러 2011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우주인을 미국 로켓에 태워 미국 땅에서 쏘아 올린 것이다.

그간 유인 우주비행은 모두 정부 주도로 미국, 러시아 및 중국만 성공했으나, 이제 스페이스X라는 민간 기업이 제작, 발사, 운영의 전 과정을 총괄하여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하였다.

구소련과의 경쟁으로 달 정복에 이어 국제우주정거장, 우주왕복선, 화성 탐사 등 확대되고 있던 미국의 우주개발은 냉전시대의 종식과 함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유인 우주비행을 담당하던 스페이스셔틀이 발사 당 1조 5000억 원 이상의 높은 유지비로 인해 결국 2011년 7월 애틀랜티스호 비행을 마지막으로 퇴역하게 되자 미국은 유인 우주비행을 위해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도 이용했던 소유즈의 1인당 이용비용이 1000억 원이나 되어 부담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군사위성 발사에도 활용되는 미국의 아틀라스 로켓의 1단도 러시아의 엔진을 이용하고 있었으니, 미국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했을지는 쉽게 짐작이 된다.

이에 NASA는 심우주 탐사에 집중하는 대신 지구궤도의 우주비행은 민간업체의 우주택시를 이용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여 2014년에 `상업승무원 프로그램`을 보잉과 스페이스X 두 업체와 계약한다. 당시 100년 가까운 역사의 보잉과 2002년에 설립된 스페이스X의 경쟁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여겨질 정도로 스페이스X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보잉이 작년 12월 무인비행모드에서 우주정거장과의 도킹에 실패하는 바람에 스페이스X가 완승을 거두었고, NASA의 도박도 성공한 듯 보인다.

스페이스X사의 성공 요인은 팰컨9 로켓의 1단을 회수하여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사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던 점과 NASA와 대기업의 전통적인 개발방식 대신 혁신적인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2012년 스페이스X사를 방문하였을 때 창고를 개조한 듯한 실용적인 공장, 벤처 스타일의 경영 방식, 대부분 부품의 직접 제작, 금속 3D 프린팅기술 적용, 신뢰도가 입증된 기술 위주의 단순한 설계와 대량생산을 통한 제작비 절감 등 당시만 해도 익숙하지 않은 혁신적 방식에 놀란 기억이 있다.

미국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과 같은 민간기업의 역량 증대에 힘입어 2024년까지 달에 우주인을 보내고 기지를 구축하는 NASA의 아르테미스계획과 화성 유인탐사계획도 탄력을 받게 되었고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과의 우주 경쟁에서도 우위를 유지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과 격차가 크기는 하나, 내년 발사 목표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개발 중이고 위성분야의 기술도 진일보했으며, NASA와의 협력으로 달 탐사계획도 추진되고 있는데 뉴스페이스시대를 맞아 우리도 민간기업의 역할 확대를 통해 더욱 경쟁력 있는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꾀하고 있다.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기업의 효율적인 우주개발방식과 약진은 우주선진국과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개발비로 격차를 줄여가고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우리에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 유럽연합 및 중국과 같이 자체적인 발사수요가 큰 국가들과 달리 작은 국내시장으로 불리한 규모의 경제 여건에서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기업의 성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스페이스X의 발사비용이 낮아지고 기술력과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더욱 어렵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우리의 경제력과 산업 여건에 최적화된 더욱 현명한 우주개발계획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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