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2가지 단계 중 첫 번째는 일단 평범한 삶을 사는 거다. 하루하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행복의 1단계 공식을 알려준다. 1단계 공식처럼, 아들은 우선 평범하게 살아본다. 친한 동료를 함부로 대하는 상사의 행동에는 조용히 침묵을 지킨다. 편의점 직원은 친절하고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지만, 무표정하게 돈만 주고 뛰쳐나온다. 아름다운 건축물 안에 들어왔지만, 아름다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어렵게 재판에서 이기고도 함께한 사람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눌 마음의 여유도 없다. 퇴근길에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이어폰에서 새어 나오는 음악 소리 때문에 짜증이 난다. 아들이 평범하게 살아 본 하루는 정말 힘겨운 날이었다.

행복을 위한 아버지의 2단계 공식은 똑같이 하루를 다시 살라는 거였다. 처음엔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 살면서 느껴보라는 거였다. 아버지의 2단계 공식처럼 아들은 똑같은 하루를 다시 살아본다. 무례한 상사 때문에 의기소침한 동료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편의점 직원의 얼굴을 바라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다. 급하게 뛰어가면서도 건물의 아름다움을 느껴본다. 함께 한 사람들과 승리의 기쁨을 짧지만 확실하게 공유한다. 옆 사람의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소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라고 생각하면서 마음껏 즐겨본다. 팀이 다시 살아본 똑같은 하루는 아주 멋진 하루였다.

리차드 커티스 감독 2013년 작 `어바웃 타임`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과거에 했던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되돌려서 현재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고 할 것이다. 누군가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고, 다른 사람은 자기나 주변 사람들의 불행을 되돌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그저 인생을 두 번 경험하는 데 이 능력을 사용했다. 그 이유는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보다 이 방법이 인생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의 곳곳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아름다움들이 숨어 있다. 어두컴컴한 회색처럼 보이는 고단한 일상에도 작은 찬란함이 빛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이런 소중한 것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후다닥 흘러가고 만다. 그래서 하루하루는 힘겹고 고달픈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을 느껴보지도 못한 채 인생을 허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똑같은 인생을 한 번 더 살아보길 원했던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두 번 살 수 있었던 덕분에 그는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인생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었다. 마치 우리가 10년 전 봤던 책이나 영화를 다시 보면, 그 당시에는 아무 감흥 없이 흘려보냈던 놀라운 장면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처럼. 아버지는 과거로 돌아가 인간이 읽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책을 두 번씩 보면서 첫 번째 읽을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우리에게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아버지가 제시한 행복의 공식은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경험하면서 살 방법은 없을까.

"마침내 난 시간여행에서 마지막 교훈을 얻었다. 아버지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기까지 했다. 이제 난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을,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아들이 만든 새로운 행복의 공식은 최선을 다해서 지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사는 것이다. 평범하게 한 번 살아보고, 두 번째에 가서야 여유 있게 인생을 둘러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의 작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때 우리 마음은 더 따뜻해지고, 행복은 더 커진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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