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판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판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회가 열리는 날이면 세종시는 매우 분주해진다. 새벽부터 고속터미널과 오송역은 공무원들로 가득 찬다. 며칠 전부터 버스표나 기차표가 전부 매진될 정도로 많은 공무원들이 서울로 향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16~18년)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관외출장비는 917억 원, 출장횟수는 86.9만 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운영의 두 축인 행정부와 입법부가 멀리 떨어져 있어 발생하는 일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했다. 행정수도법 위헌판결, 세종시 수정안 논의 등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 세종시는 건설되고 있는 중이다. 43개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해와 대한민국의 행정 기능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아직 서울에 있어 행정부와 국회의 지리적 분리로 국정운영의 비효율이 심각하다. 공무원들은 국회와의 업무협의를 위해 수시로 세종시 정부청사와 서울 여의도를 오간다. 이동에만 왕복 4시간 이상을 허비하고, 대기시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국정감사나 예결위가 열리면 공무원들은 몇날 며칠을 국회에 상주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정책개발에 몰두해야 할 공무원들이 저 멀리에 있는 국회를 오가면서 시간을 뺏기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해 충분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20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62명 중 100명이 세종의사당 설치에 찬성(`18년 중앙일보)하였다. 여야 합의를 통해 작년과 올해 정부예산에 세종의사당(국회분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설계비로 각각 10억 원씩 20억 원을 반영하였다. 국회사무처에서는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13개 상임위와 국회 예정처·사무처 등의 일부 이전을 제시하였다.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이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은 충분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이전방안과 이전 규모를 가지고 고민할 시점인 것이다. 타당성 용역, 설치·운영방안 연구용역 등을 통해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있었고, 여야 합의로 세종의사당 설계비 용역이 반영된 만큼 정치권 합의를 통해 결론을 내주기만 하면 되는 문제이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출장으로 인한 출장비용, 정책개발에 소요되어야 시간손실 등 행정비효율과 국정운영 상의 문제점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이제 21대 국회가 열렸다.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도 다시 발의되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신임 박병석 국회의장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그 각오처럼 국회에서 열심히 논의하여 국회법을 조속히 개정하고, 세종의사당 건립계획을 신속하게 확정하여 국가균형발전과 행정비효율 해소를 위한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판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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