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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더미서 나온 500만원과 귀금속..유품 찾아준 중구 공무원

2020-06-21기사 편집 2020-06-21 17:55:25      문승현 기자 starrykit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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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한 게 그날따라 꼭 들어가 보고 싶더라고요." 대전 중구청 소속 박정호(49·사진) 대형폐기물 수거팀장은 두 달 전인 4월 14일 겪었던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박 팀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구역을 돌며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었다. 오후 4시쯤 이미 온갖 폐기물로 2.5t 트럭이 '만차'여서 마지막 코스인 중촌동 한 아파트를 건너뛸까 생각도 했다. 아파트 세대 수가 많지 않고 무엇보다 적재물을 더 실을 만한 공간이 없어서였다.

박 팀장은 "수거차량에 폐기물이 가득 쌓여서 안영동 폐기물선별장으로 그냥 들어갈까 했는데 중촌동 아파트가 유독 신경이 쓰였다"며 "같이 일하는 팀원들과 '얼른 해치우고 가자' 하고 들어갔는데 그런 일이 생길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했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그날 덩치 큰 가구와 가전제품 등 대형폐기물 사이에서 작은 '목재박스'가 하나 보였다. 적재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목재박스를 부수었는데 문서를 보관하는 파일과 작은 쌈지가 나왔다. 주머니 안에서 목걸이와 반지 등 귀금속 여러 점을 발견한 박 팀장은 바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 이런 사실을 전달했다. 입주민 중 귀금속 주인이 있을 것이란 짐작에서였다.

수거작업을 마치고 선별장으로 향하는 길, 생각지도 않은 파일에서 편지봉투가 떨어지는데 자세히 보니 봉투 안에 현금이 들어있다. 15만-20만 원가량 되는 현금이 편지봉투에 담겼고 편지봉투는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박 팀장은 "편지봉투 하나에 든 돈이 평균 20만 원 정도였다. 그런 봉투가 파일첩에서 자꾸 나와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거 안 되겠다 싶어 차를 돌려 인근 파출소로 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동네 파출소에서 경찰관 입회 아래 파일첩을 확인한 결과 현금은 500만 원가량이었다. 생각보다 현금 액수가 커 파출소에 들르길 잘 했다며 돌아가는데 이번엔 귀금속 주인이라며 문의전화가 와 귀금속과 함께 현금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줬다. 알고 보니 귀금속과 현금은 최근 유명을 달리한 아파트 주민의 유품이었고 장례 후 정리과정에서 잘못 버려진 것이었다. "며칠 전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할머니가 남편 유품 찾아줘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시는데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어쩐지 그날따라 그 아파트에 꼭 들어가고 싶었던 게 어쩌면 할아버지의 바람은 아니었는지…" 폐기물로 나온 유품이 임자한테 잘 돌아갔으니 그만이라는 박 팀장을 여러 차례 설득한 끝에 그의 증명사진을 한 장 받았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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