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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펫] 이별을 맞이하는 자세

2020-06-22기사 편집 2020-06-22 07: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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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황수현 케냐인 동물병원장
모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나와 오랜 시간을 보내면 당연히 슬픔을 느끼게된다. 사실 영생하지 않기에 그 삶이 소중한 것이고 기억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경우는 더 깊은 감정을 느끼게된다. 삶의 경험이 많은 연배라면 좀 쉽게 극복하기도 하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직간접으로 접해본 수의사로서,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이는 자세에 관하여 몇가지 적어본다.

첫째, 이별은 예측하지 않게 온다.

인간 개개인의 수명을 예측할 수 없듯, 반려동물의 수명도 예측이 어렵다. 오랜 시간 질병을 앓는 경우 이별의 때를 알기도 하지만, 갑작스럽게 이별이 오는 경우가 더 많다. 매우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는 경우 부인, 분노를 강하게 하며, 우울증을 동반하고, 결국은 적응을 하게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과정은 모든 사람이 비슷하다. 나만의 특별한 감정도 아니고, 꼭 반려동물이 아니더라도 비슷하다.

간혹 나의 과오로 이별이 온 것은 아닌가 의문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수명, 불의의 사고, 질병 모두 타고난 운이 대부분이다. 반려동물의 죽음도 당연한 과정, 섭리일 뿐이다. 불의의 사고 또한 운일 뿐, 어렵지만 죄책감은 조금만 가져도 된다.

둘째, 슬플 때는 충분히 슬퍼하자.

감정을 억지로 누르지 말고 슬퍼하는 것이 일상의 회복에 더 도움을 준다. 또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친구가 있다면 같이 공감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누구의 조언도 의미는 없고, 결국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간혹 어린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부모가 반려견의 죽음을 숨기거나, 숨겨달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너무 갑작스러운 경우와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경우, 알리는 것을 유예하는 것이 좋지만 추후라도 알려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너무 어려 슬픔을 감내하지 못할 것 같지만, 의외로 어린 아이들은 어른 못지 않게 잘 이겨낸다. 오히려 생명의 소중함과 삶에 대한 이해를 깨우치는 기회가 된다. 물론 투병중인 노인이나 환자에게는 선택적인 유예가 가능하다.

셋째, 과하지 않은 소박한 기념을 하는 것도 좋다.

슬픔에서 망각은 가장 좋은 극복방법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같이한 삶을 단숨에 망각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마음 한구석에 허전한 구멍과 죄책감을 줄 수 있다.

요즘은 반려동물의 장례문화가 발달해 쉽게 기념을 할 수 있다. 항아리나 스톤을 만들어 보관할 수 있다. 또 가벼운 행사나 기념물은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한 기념은 오히려 허탈감을 많이 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저 소박한 기념이 반려견의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점을 잊지 말자.

넷째, 애도에 충분한 시간을 가져라.

추억과 행복한 시간도 소중하지만, 슬픔의 시간도 소중한 시간이다. 스스로를 아끼면 돌보면 치유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

간혹 빈자리를 채우며 너무 급하게 다른 반려동물을 입양하려 하지만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빈자리 대체를 위하여 입양한 동물은 지속적으로 비교당하며 살게돼 마음한구석에 천덕꾸러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반려동물이 있다면, 전과 같이 평범한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심하게 감정이입을 해 남은 동물이 슬퍼보이는 경우도 있다. 물론 동물들도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처럼 치유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 마지막으로 반려견의 죽음은 천벌이 아닌, 당연한 소중한 삶의 흐름이며 삶의 추억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황수현 케냐인 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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