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과 경제, 北도발 등 현안 산적
여당 단독 원구성 따른 파행 장기화 우려
협치 가능한 국회만이 올바른 국정 뒷받침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할 일이 태산이다. 한 때 잠잠했던 코로나19가 수도권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소규모 집단감염 형태로 발병하는데다, 코로나사태 이후 경제회복과 사회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선 시급히 준비해야 할 과제들이 한 둘이 아니다. 검찰개혁과 선거법 정비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현안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면서 남북관계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으며, 국민적 불안감도 최고조에 달한 형국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원내 지도부를 구성할 때부터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일하는 국회`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거대 여당 탄생과 보수야당 몰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21대 국회가 악습을 털어내고, 말 그대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주리라 믿었던 주권자들이 있었을 게다. 총선 직후 민주당은 절대 오만해선 안된다며 엄중한 책임감을 강조했고, 통합당은 준엄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철저히 반성할 것을 다짐했기에 `양보`와 `협조`를 기반으로 한 `협치`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는 오랜 기간이 필요치 않았다.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첫 본회의부터 사실상 여당 단독국회로 시작하더니,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상임위 선출과정에선 또다시 `강행`과 `보이콧`이라는 구태를 연출했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여당은 `법대로`라고 윽박지르고, 야당은 `버티기`로 일관한 결과다.

파행의 외형적 핵심 요인은 법사위원장직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문제였다. 통합당은 관례대로 야당 몫을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상원처럼 군림해온 것은 지켜야 할 전통이 아닌 시급히 없애야 할 폐습이라고 맞섰다. 아무리 입장이 바뀌었다 해도 `폐습`은 지나친 비난이다. 민주당은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갈 경우 국정 발목잡기용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했으며, 통합당은 정부와 거대 여당이 일방적 밀어붙이기를 할 경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강조했다.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의회의 가장 기본적인 본연의 임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의 요구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여당의 주장대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합당 소속 법사위원장의 모든 행위가 발목잡기였다 해도, 이를 이유로 국회의 기본인 야당의 견제기능을 아예 없애는 것은 `장마가 무서워 호박을 못 심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설령 양측의 주장이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고 치자. 그렇다면 30년 넘게 유지되면서 사실상 원칙으로 자리매김한 관례를 따르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 관례를 뒤집으려면 절대다수가 인정할 만한 시대적 요구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총선을 통해 거대 야당을 만들어준 민심은 18개 상임위를 11대7로 나누라는 것이지, 민주당에게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까지 허락한 것은 아닐게다.

법사위원장 등에 대한 단독 표결처리로 거대여당의 힘은 증명됐지만, 난관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 위기에 안보 위기까지 더해져 당장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으나, 통합당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사위를 포함해 6개 상임위를 차지한 민주당은 알짜 상임위 7개를 야당에게 배려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일하는 국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한다. 법사위를 가져간 반대급부로 지역구 활동에 도움이 되는 상임위나 후원금 마련이 용이한 상임위를 주겠다는 것인데, 역지사지 해보면 답은 자명해진다.

`일하는 국회`는 당연한 명제다. 그렇다고 정부정책에 무조건 순응해 뒷바라지하라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특히 야당의 경우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균형잡인 견제와 감시 기능도 소홀히 해선 안되며, 정부와 여당은 이를 인정해야 한다. 거대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검찰개혁을 포함한 일부 국정과제는 원하는 대로 추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대응과 안보 위기 극복은 협치가 전제돼야 가능한 과제다. 무엇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여야가 신뢰를 바탕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필요할 때 한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국익을 향해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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