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동안 여행가방에 갇혀 있던 9살 남자 아이가 숨졌다. 아이가 살던 천안의 아파트와 다닌 학교에는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그곳의 벽면에는 비통함과 안타까움이 절절이 배어난 추모 글들이 빼곡했다. 시민들이 만든 생생한 문학의 장이었다.

목포, 마산, 대구, 대전, 보령, 문경, 강화, 순천, 충주, 제주, 수원, 광주의 공통점은? 지역문학관을 운영하거나 개관을 준비중인 곳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천안시 인구는 68만 3078명이다. 거칠게 추산해도 60만 명을 훨씬 넘는 이야기가 매순간 존재하건만 기록되지 못하고, 수집되지 못한 채 증발해 버린다. 몇 해 전부터 천안시 한 기관에서 마을자원조사라는 명목으로 비슷한 일에 나섰지만 산발적이다. 공공 아카이브 사업은 여전히 시민들과 공유가 아쉽다.

천안시는 지난해 12월 30일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됐다. 2024년까지 197억여 원을 투입해 문화적 도시재생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도시의 기반을 다지고 내실을 도모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이지만 우려도 있다. 의욕적으로 착수한 기존의 다른 공모사업들이 선정 후 지원과 집행이 끝나고 나면 그동안의 투자가 무색하게 원래의 자리로 급회귀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도시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학`과 손잡아야 한다.

시민 평균 연령이 30대인 천안시는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하는 `젊은 도시`이다. 속도와 빠름에 익숙한 젊은 도시라 그럴까? 천안시는 유독 오래된 것 들에 무신경하고 인색하다. 국가문화재로 등록된 근대건축물은 한 곳도 없다. 100년 가까운 천안시 부대동 한옥성당은 2018년 소리소문 없이 허물어졌다. 근대건축물 다음에는 또 무엇이 사라질까?

문화도시가 품격을 지니기 위해선 새로운 것에만 골몰해서는 곤란하다. 낡고, 쓸쓸하고, 약한 것 들에 곁을 내주며 관심과 눈길을 줄 수 있는 문화와 공존해야 한다. 거기에 가장 좋은 동반자가 또한 `문학`이다. 그리고 그때의 문학은 전문 문학인이나 창작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역에 살았고, 살고, 살 사람들의 삶과 올곧이 맞닿은 자산이어야 한다. 출발선에 하나의 플랫폼으로 천안문학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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