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마산, 대구, 대전, 보령, 문경, 강화, 순천, 충주, 제주, 수원, 광주의 공통점은? 지역문학관을 운영하거나 개관을 준비중인 곳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천안시 인구는 68만 3078명이다. 거칠게 추산해도 60만 명을 훨씬 넘는 이야기가 매순간 존재하건만 기록되지 못하고, 수집되지 못한 채 증발해 버린다. 몇 해 전부터 천안시 한 기관에서 마을자원조사라는 명목으로 비슷한 일에 나섰지만 산발적이다. 공공 아카이브 사업은 여전히 시민들과 공유가 아쉽다.
천안시는 지난해 12월 30일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됐다. 2024년까지 197억여 원을 투입해 문화적 도시재생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도시의 기반을 다지고 내실을 도모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이지만 우려도 있다. 의욕적으로 착수한 기존의 다른 공모사업들이 선정 후 지원과 집행이 끝나고 나면 그동안의 투자가 무색하게 원래의 자리로 급회귀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도시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학`과 손잡아야 한다.
시민 평균 연령이 30대인 천안시는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하는 `젊은 도시`이다. 속도와 빠름에 익숙한 젊은 도시라 그럴까? 천안시는 유독 오래된 것 들에 무신경하고 인색하다. 국가문화재로 등록된 근대건축물은 한 곳도 없다. 100년 가까운 천안시 부대동 한옥성당은 2018년 소리소문 없이 허물어졌다. 근대건축물 다음에는 또 무엇이 사라질까?
문화도시가 품격을 지니기 위해선 새로운 것에만 골몰해서는 곤란하다. 낡고, 쓸쓸하고, 약한 것 들에 곁을 내주며 관심과 눈길을 줄 수 있는 문화와 공존해야 한다. 거기에 가장 좋은 동반자가 또한 `문학`이다. 그리고 그때의 문학은 전문 문학인이나 창작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역에 살았고, 살고, 살 사람들의 삶과 올곧이 맞닿은 자산이어야 한다. 출발선에 하나의 플랫폼으로 천안문학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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