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교 갑천네거리도 애초 계획은 입체
시민 불편 볼모 지적, 예산 확보 눈치 급급

대전시 교통행정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카이스트교와 맞닿은 갑천네거리 건설 방식을 입체로 계획했다 평면으로 완공했지만, 개통 3년 여만에 재차 입체 전환 검토에 들어가 `뒷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락가락 행정 속 애꿎은 시민 혈세만 낭비됐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예산 확보가 쉬운 행정만 골라한다는 지적과 함께 곳간 열쇠를 쥔 정부 부처의 눈치만 살핀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18일 시에 따르면 2011년 카이스트교 건립과 월평동에서 만년동으로 향하는 구간을 지하차도로 연결하는 공사를 계획했다.

하지만 시는 예산 한계로 지하차도 건립계획을 철회하고 평면교차로 방식으로 카이스트교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하차도와 카이스트교를 동시 건립할 경우 산정된 공사비는 668억 원이었으며, 시는 카이스트교 건립에 공사비 298억 원을 들였다.

평면교차로 방식을 택하면서 370억 원을 아꼈다. 시는 2016년 준공식에서 이 같은 점을 자평했다.

예산을 절감하고 교통량 분산 효과가 기대된다며 일대 교통 체증이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포장지를 뜯어보니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카이스트교 개통 이후 교통체증이 더 악화된 것. 삼거리에서 네거리로 바뀌면서 신호대기가 길어졌고, 카이스트교를 이용해 월평동과 만년동으로 향하는 차량 유입이 늘었다.

월평동 갑천대교 네거리에서 대덕구 방향 천변도시고속화도로로 쭉 내달리는 5㎞ 남짓 구간 중간에 지하차도가 아니라 신호를 받아 지나야 하는 평면교차로가 막아서는 꼴이어서 예견된 교통 체증이었다.

자연스레 교통민원이 지속됐다. 시는 황급히 둔산대로에서 천변도시고속화도로로 향하는 좌회전 차로를 2개에서 3개로 확대하고 신호주기를 변경하는 `땜질 행정`에 나섰지만 이미 터져버린 운전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시민 김모(37)씨는 "카이스트교가 만들어지고 나서 오히려 차가 더 막히고 있다"며 "지하차도를 건립했다면 직진신호가 사라져 교통 흐름 개선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빗발치는 민원에 시는 `지하화` 카드를 재차 들고 나왔다. 지난 3월 시는 `주요 교차로 효율 향상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전액 시비인 용역비용은 1억 3000만 원으로 결과는 올 연말 나온다. 이 용역에 갑천네거리 지하화 과제가 포함됐다. 갑천네거리가 지하화로 결정돼도 문제다.

지하로 뚫는데 들어가는 사업비가 273억 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국비로 확보하지 못하면 전액 시민 혈세가 투입돼야 한다. 당초 계획대로 입체화가 진행됐다면 굳이 쓰지 않았어도 될 혈세다.

시 교통행정에 비판 여론이 비등한 이유는 시민 불편을 볼모로 삼았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대로 지하차도를 만들었다면 3년 넘게 이어져온 시민 불편을 막을 수 있었다.

향후 교통흐름을 꿰뚫는 선제적 행정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여부를 장담하지 못해 비용대비 편익 값(BC)을 높게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매몰, `소심 행정`이라는 비판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를 상대로 경제성을 충분히 설득해야 하지만 예산 확보를 위한 눈치 보기에 급급해 정작 시민 편의는 뒷전으로 밀리는 문제도 노출됐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갑천네거리는 카이스트교 건설사업 타당성조사 당시 지하차도로 추진됐으나 예산 부족에 따라 단계별 건설로 계획이 변경된 것"이라며 "교량 건설 후 교통여건 변화를 감안해 입체화 사업의 적정 규모와 타당성을 평가할 계획"이라며 용역 배경을 설명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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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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