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옥 큐레이터
고경옥 큐레이터
2020년은 안식년으로 오랜만에 조용히 보내고 있다. 그간 미뤘던 공부와 글쓰기를 하면서 마음과 정신의 근육을 키우는 소소한 일상이다. 게다가 의도치 않게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동참하다 보니 더욱더 홀로 지내는 시간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SNS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

SNS을 통해 얻는 유익한 정보도 제법 많다. 그리고 좋은 글들을 접할 수도 있으며, 자주 만나지 못하는 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누리소통망을 하면서 유독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모들이 자녀들의 일상을 거침없이 올리는 사진들에서다. 마치 자녀가 자신들의 소유물인 양 자랑하는 것 같아 보기 민망할 때도 있다. 아이 모습을 SNS에 공유하면서 서로 연대감과 공감을 형성하는 부모를 일컬어 `셰어런츠(sharents)`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만큼, 이러한 현상은 SNS의 확산과 함께하고 있다.

필자 역시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에 경탄하며 소중한 일상을 육아일기처럼 SNS에 기록했다. 그러한 일들로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기쁨을 누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을 그만뒀다. 바빠지면서 그렇기도 했지만, 아이의 일상과 신상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자각하면서부터였다. SNS로 인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고, 아이가 나중에 커서 자신의 모습이 노출된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SNS를 기피하고, 자녀들의 모습을 감추는 `하이드런츠(hiderents)`들이 늘고 있다. 또한 프랑스에선 부모가 자녀의 사진을 동의 없이 SNS 게재시 벌금을 물리거나, 징역에 처하는 법이 생길만큼 미디어와 사생활의 문제는 심각하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만큼, SNS에 자녀의 사진을 무분별하게 공유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셰어런츠를 선택하든 하이드런츠를 선택하든 간에 그것은 철저히 개인의 선택이다. 그렇지만 각자가 적당한 수위를 스스로 점검해 봤으면 한다. 그 `적당한` 기준을 정한다는 것도 참 어렵긴 하겠지만 말이다. 고경옥 큐레이터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