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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등교수업을 시작하고

2020-06-19기사 편집 2020-06-19 0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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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예림 글벗중학교 미술교사

4월 중순,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가 아닌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교직경력이 짧은 나로서는,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미술 수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많은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집에서 몸이 근질거리는 아이들이 미술 시간을 통해 서로 소통을 하고, 표현활동으로 소소한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수업만큼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ZOOM을 통해서 질의응답을 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화면으로 보여주는 방법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수업해보고자 했다.

첫 수업을 어떤 것으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한 끝에, 나와 처음 수업을 하는 2학년 학생들과 '나의 이름 타이포그래피 제작하기' 수업을 하였다. 아이들의 성격과 관심사 등을 알고, 아이들이 서로에 대한 소개를 통해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현재 가장 바라는 것을 위주로 각자 마인드맵을 그리고 ZOOM을 통해 발표하며 작품 구상 과정을 거쳤다.

아이들의 마인드맵에서 '현재 가장 바라는 것'은 게임, 새 노트북, 백신 등을 제치고 등교수업이 1위였다. 아이들의 발표를 들어보니 '집에만 있고 체육도 하지 않으니 살이 쪘어요', '우리 학교 급식이 먹고 싶어요', '하루 종일 컴퓨터만 보니까 눈이 정말 피곤해요' 등 등교수업을 바라는 이유는 나름대로 다양했으나, 서로가 같은 바람에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주말을 간절히 바라던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마인드맵으로 구상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들을 이름에 그려 넣으며 작품을 제작했다. 아이디어가 필요한 아이와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마카롱을 좋아하는데 그리기 어렵다고 말하는 아이에게는 마카롱을 단순하게 그려서 보여주기도 했다. 생각보다 질문도 많고 그리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과 소통하며 수업하다보니, 조용한 학교에서 수업시간만큼은 생기가 느껴져 즐거웠다.

교사의 영향력이 약해진 각 가정에서 활동을 잘 해줄까 싶었던 나의 염려와 달리, 기다렸다는 듯이 열심히 참여하고 자신의 작품을 e학습터에 게시하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가끔은 아이들이 지친 모습을 보일 때, 학급 학생 전체가 손 하트와 같은 행동미션을 수행하면 잠시 쉬는 시간을 제공하는 등 수업에 활기를 유도하기도 했다. 화면에 얼굴을 보여주는 일을 쑥스러워 하던 아이들도 그때만큼은 나에게 손 하트를 날리며 즐거워하였다.

이러한 첫 활동을 시작으로, 온라인 수업을 통한 소통의 가능성을 느끼고 아이들이 더 즐거워할 활동들을 함께 하고 싶어졌다. 아이들과 나는 캘리그라피, 트릭아트 그림그리기, 사물 그리기 등 간단한 재료만으로 할 수 있는 표현 활동들을 이어갔다. 다른 친구들과 작품을 공유하며 '저 이정도면 잘하지 않았나요?'라고 엉성한 그림을 선보이는 아이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웃기도 하였다. 하지만 제약이 많은 환경에서 활동한 아이들의 작품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기에, 매일 ZOOM수업을 종료한 후, 다음 시간도 지치지 말고 열심히 해달라는 마음으로, e학습터에 업로드한 모든 아이들의 작품사진에 칭찬댓글을 달아주며 언제쯤 등교해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처음 온라인 수업을 시작할 때 했던 염려와 달리,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아이들 덕분에 즐겁게 소통하며 수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약 한달 반의 온라인 수업을 지나고 학교에 등교한 아이들을 만나며 벌써 온라인 수업 기간이 아이들과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우리가 같은 공간에 생활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예림 글벗중학교 미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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