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천문학] 김선지 지음·김현구 도움/ 아날로그/ 368쪽/ 1만 7000원

목성은 태양을 제외하고 태양계에서 가장 크며, 태양계의 다른 모든 행성을 합한 것보다 2.5배나 무겁다. 때문에 목성이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주신인 `주피터`의 이름을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또 있다. 주피터라고 하면, 어떤 특징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바로 바람둥이 신이라는 이미지다. 그래서 1610년, 목성 주변을 돌고 있는 네 개의 위성을 발견한 갈릴레오는 각각에 주피터의 연인들인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면서도 동경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여행하는 사람들은 별자리를 길잡이 삼아 발길을 재촉했고, 점성술사들은 별의 빛이나 위치, 운행을 보고 인간의 운명의 점쳤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기원과 비밀을 밝히기 위해 때로는 위협에 맞서기도 했고, 예술가들은 밤하늘에 영감을 받아 시를 짓고, 노래를 불렀다. 특히 화가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별과 밤하늘, 우주에서 영감을 얻고 재해석해 또 다른 우주를 창조했다.

`그림 속 천문학`은 르네상스 시기의 라파엘로와 티치아노부터 현대의 호안 미로와 조지아 오키프까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화가들이 사랑한 별과 우주의 이야기를 그들의 작품을 통해 들려준다.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 일컬어지는 `베리 공작의 호화로운 기도서` 중 달력 세밀화를 통해 랭부르 형제만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살펴보고, 15-16세기의 그림들에 등장하는 UFO의 진실을 추적한다. 또 당시로서는 모두가 두려워하던 혜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림에 담아낸 중세미술의 혁신가 조토, 갈릴레오보다 9개월 먼저 달을 관측하고 분화구까지 그려넣은 엘스하이머, 별자리 모양을 사실적으로 풍경화에 담아낸 루벤스의 놀라운 이야기들도 소개한다.

특히 밤하늘과 별을 이야기하는 데 고흐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의 생애와 작품은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여러 가지 자료를 비교해보며 그림에 숨겨진 천문학적 의미를 살펴보는 일은 낯설면서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인류가 우주를 동경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별로 돌아갈 운명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별에서 만들어진 원소로 구성돼 있고, 죽음을 맞이하면 다시 원자 형태가 돼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별의 일부가 된다는 의미다. `우리 모두는 별의 먼지`라는 말이 과학적 사실이든, 문학적 비유든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삶의 고됨을 달래고 새로운 희망을 꿈꿨다. 수많은 화가들 역시 별과 밤하늘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유독 별을 사랑했던 고흐에게 별과 밤하늘은 단순히 그림을 위한 소재 그 이상이었고, 우울증과 빚더미 속에서 죽어간 엘스하이머에게도 밤하늘은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였을 것이다.박영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