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병주고 약주고… 세계를 바꾼 전염병

2020-06-17기사 편집 2020-06-17 14:54:13      김동희 기자 innovation86@daejonilbo.com

대전일보 > 라이프 > 맛있는책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마크 해리슨 지음/ 이영석 옮김/ 푸른역사/ 680쪽/ 3만 5000원

첨부사진1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19세기 중엽 전염병 콜레라는 유럽인들에게 끔찍한 공포를 안겨 줬다.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엄습해 온 콜레라로 수십만 명이 고통스럽게 죽어 나갔고, 중세 말 페스트에 대한 공포가 오버랩 됐다. 전 세계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와 협조를 시작했고 새로운 세계 질서로 재편되는 계기가 됐다.

21세기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듯하다. 코로나 사태의 파급력은 그만큼 깊고 넓다. 무역과 해외여행이 막대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란 낯선 용어는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다. 코로나19는 과거의 전염병과 같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역사를 바꿔놓는 촉매제가 됐다.

의학사를 전공하고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인 저자는 700년에 걸쳐 6개 대륙에서 벌어진 전염병과의 투쟁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12년여 동안 관련 학자들의 선행 연구는 물론 다양한 세미나 발표 자료와 학술 자료를 참고했다. 또한, 인도 등 여러 나라의 기록을 살핀 저자는 특정 국가의 차단 방역처럼 일국에 국한한 전염병 투쟁사가 아닌 상당한 지리적 범위에 걸친 장기간의 상호 작용을 기록한 '세계사'를 내놓게 됐다. 책은 14세기 페스트에서 콜레라, 황열병, 가축 질병인 우역과 함께 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에 큰 혼란을 야기한 광우병 소동 등 동물 전염병과 21세기의 사스, 메르스까지 다뤘다. 이와 함께 1865년 메카를 습격한 콜레라, 1910년 만주를 강타한 페스트 등 굵직한 전염병 파동의 전개 과정도 분석했다.

특히, '역사의 전제자' 무역에 초점을 두고 전염병의 역사를 파헤친다. 풍토병이 세계사적 문제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 무역의 역할, 그리고 세계적 유행병이 지구촌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파고든다. 예를 들어 19세기 중반 전 유럽이 공포에 젖게 만든 콜레라나 아메리카 대륙을 뒤흔든 황열병의 확산 뒤에는 노예무역을 비롯한 국제교역과 노동 이주, 성지순례 등이 있었음을 지적해낸다. 나아가 국민 건강과 자유무역의 상충에 대한 고심 등을 짚는다.

저자는 '격리'를 축으로 한 전염병과의 투쟁사에도 주목한다. 과거 전염병의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전염병 억제를 위한 노력에서는 '격리'가 축을 이뤘다. 감염이 의심되는 상인과 상품의 이동의 금지는 일찍이 14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령된 피스토야 칙령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655년 암스테르담에 세워진 북유럽 최초의 상설 격리병원, 1845년 노예무역을 감시하다 황열병에 감염돼 선원의 3분의 2가 사망한 '에클레어호 사건' 등 '격리'의 역사를 중심으로 전염병 투쟁사를 정리했다.

한편, 전염병이 전 세계에 끼친 부정적 효과에만 국한하지 않고 국가 간에 국제공조를 이끌어 낸 것에 긍정적 의미도 부여한다. 교통혁명과 산업화로 한 나라가 단독으로 전염병을 대처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립되면서 확산을 막기 위한 새로운 국제 협력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3차 콜레라 대유행기인 1851년 처음으로 파리에서 국제위생회의가 열리며 새로운 국제주의가 막을 열었고, 이후 1902년 황열병 대처를 위한 범미위생회의 등을 거쳐 1907년 세계보건기구 WHO의 전신이자 전염병 정보 수합 및 통지 업무를 담당할 상설기구인 '국제공중보건국'이 파리에 설립됐다. 저자는 과거 수에즈운하 통제 등 이해관계가 다른 각국의 갈등과 당대의 패권국 영국 대신에 프랑스가 이를 주도한 사정 등 21세기 '국제 전염병 전선'의 배경을 자세하게 다뤘다.

끝으로 저자는 책을 통해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각국의 대응을 보면 19세기 후반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비판하며 새로운 전염병이 간헐적으로 출현하는 현대에는 국제 공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역 방식과 제도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김동희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동희기자의 다른기사보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