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건축주를 만나면 흔히 듣는 얘기 중 하나가 `이 정도면 공사비가 평당 얼마나 들까요`다. `평`이라는, 지금은 표준 단위가 아닌, 면적 단위가 여전히 일반적이라는 사실도 확인되지만 한편으로 건축을 위한 비용에는 공사비만 포함될 뿐 설계비나 감리비, 그리고 건축물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 같은 것은 아직도 주된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게 확인된다. 건축은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건축물도 사람처럼 세상에 나온 후 끊임없이 돌봄을 필요로 한다. 청소는 물론 철 따라 꽃도 심고, 페인트도 칠하고, 낡은 설비나 부품들은 갈아 주기도 해야 한다. 건축물은 노후화되고 유행이 지났다고 쉽게 버리거나 없애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건축물을 구성하는 설비, 부품, 재료들은 그 내구연한이 유한할 수밖에 없어 시간 경과에 따라 성능도 저하하므로 적절한 관리를 통해 각각의 성능을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건축물 자체의 기능이 보전되도록 해야 한다. 건축물 성능에 대한 요구 수준의 증대와 기술 발달로 최근 건축물에는 한층 다양한 설비와 부품, 재료가 적용되고 있고 따라서 효율적 유지관리 중요성이 점점 더 크게 대두되고 있다.

건축물은 도시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개개 건축물로서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도시 건축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도 유지관리는 필수적 개념이다. 건물 유지관리를 법제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 특별히 `건축물관리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이 제정돼 5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건축은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며 유지관리를 통해 전 생애를 거쳐 우리 도시환경의 일부로 기능하는 것이라는 건축 패러다임의 변화를 구체화하고 있다. 건축물관리법 목적은 `건축물 안전을 확보하고 편리·쾌적·미관·기능 등 사용가치를 유지·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사항과 안전하게 해체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해 건축물 생애 동안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민 안전과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이라 규정돼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 뿐 아니라 관리자, 임차인 등 실질적인 사용자들도 건축물 관리를 위한 활동주체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 법의 주요내용을 보면 건축물 관리체계의 통합 강화, 기존 건축물의 화재안전 성능보강 시행, 해체공사의 허가제 및 감리제 도입 등으로 요약되는데 아무리 법제화된 제도가 있다 한들 운용 과정에서 그 뜻이 올바르게 수용되지 않으면 오히려 부정적인 부수 효과만 양산하는 사례들을 우리는 적잖이 목도해 왔다. 그렇다면 올바른 건축문화 창달을 위해 유지관리에 대한 건축적 관점은 어떻게 수정되어야 할까. 첫째, 유지관리 용이성은 결국 비용과 시간의 함수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투입비용을 높여서 내구성이 더 높은 설비, 부품, 마감재를 선택하고 유지관리와 안전활동이 용이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또 건축물 종류와 규모에 따라 유지관리 용이성은 각각 다르게 접근되어야 한다는 점도 주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 둘째, 표면적인 이익 극대화는 더 이상 건축이 추구해야 할 절대적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당장은 이익이 될 수 있어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셋째, 노후화된 건축물도 유지관리 개선과 보수를 하는 과정에서 건축가적 상상이 가미된다면 익숙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건축환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4일 열린 `2019 세계건축축제`에서 올해의 건축으로 선정된 로칼(LocHal) 공공도서관은 철거 예정이던 기관차 차량기지를 활용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담아 다양한 목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훌륭한 커뮤니티센터로 재탄생시킨 좋은 사례다. 새로 짓는 것도 좋지만 있는 것부터 아껴 활용하고 새로 지을 때는 유지관리에 대한 고려도 이제보다는 더 세심히 신경 써야 할 때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리라 기대해본다.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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