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김용언 기자
취재2부 김용언 기자
오랜만에 나선 등산길에서 낯선 이정표를 만났다. 발을 감싼 등산화도 분명 알고 있던 길일텐데 이내 혼란스러웠다. 짧은 망설임 끝에 방향을 정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더니 이내 정상이다.

대전 전경이 한 눈에 담기는 도솔산 꼭대기. 도솔산 정상에서는 대전산업단지를 포함해 대전 경제의 동맥 역할을 하는 산업단지들이 성냥갑처럼 포개져 있다.

등산 초심자에게 `가보지 못한 길`은 두려움이자 공포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쓴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서 나그네는 노랗게 물든 숲속 두 갈래 길에 서 있다.

두 길 모두 갈 수 없기에 나그네는 하나만을 선택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나그네는 `숲속에 두 갈래 길에서 하나를 선택했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코로나19는 모든 걸 바꿔놓았다. 프로스트의 시구 속 나그네처럼 지역 경제 주체들도 영 익숙하지 않은 길이다. 바꿔 말해 좋은 길은 아닐 것이다.

내수 부진에 수출 실적은 나락으로 떨어지니 말이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에 활기가 돈다는 소식과 달리, 소비재가 아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은 여전히 한 치 앞을 구별하기 어려운 `시계제로`에 놓여있다.

`근근이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다`는 지역 소부장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 귓전을 맴돈다. 이처럼 지역 경제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의 첫발을 뗐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잘 만들기 위해선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본이 지켜져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극복 이후)라는 거창한 표현은 잠시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새로운 지역 경제 발전 동력 찾기에 골몰할 때다.

새로운 강소기업과 종전 특정 산업 위주의 경제 지도를 새로 그리는 모험이 필요하다. 대전시와 지역 경제단체의 분명한 몫은 있다.

무엇보다 지역 경제 주체인 기업들이 알알이 뭉쳐 코로나19 위기를 반등의 기회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 가보려 하지도 않았던 길. 경제 주체들의 끈끈한 협업이 코로나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취재2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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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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