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그래픽=이수진]
[그래픽=이수진]
간은 우리 몸속 장기 중 가장 큰 기관이며 체내의 대사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장으로부터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화시켜 어려 조직에서 사용될 수 있게 하며, 몸속 유해물질이나 여러 독소를 해독하는 작용 등을 한다. 다양한 기능만큼이나 다양한 질환이 발생되기도 하는 기관인 간은 80%가 망가져도 증상이 없는 탓에 몸이 붓거나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기능이 많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태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간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침묵의 장기=간암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정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 건강 체크리스트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사항이 있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간암의 위험인자는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염 등이 있다. 이 중 만성 B형 간염이 가장 위험하다. 최근에는 비만에 따른 비알콜성 지방간이 간경화, 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으며, 흡연도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기검진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 초기 간암 증상이 없어도 6개월에 한 번은 검진을 받아야 하고, 만성 B형 간염, C형 간염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전문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처방약 복용도 전문의 의견 없이는 중도에 멈추지 말아야 간암 발생률이 줄어든다.

◇진단=간암 검진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혈액검사, 간암 표지자 검사, 영상의학과 검사가 이루어진다. 영상의학과 검사에서는 초음파검사, CT 검사, MRI 검사 등이 있다. 초음파검사를 시행한 후 의심스러운 조직이 보이면 CT 검사와 MRI 검사를 통해 더 세밀한 진행 상황을 확인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같은 검사를 여러 번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확한 간 상태와 간암 진행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검진은 필수다. 특히, 간경화가 진행된 환자는 간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 이른 시일 내에 간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암은 간동맥을 흐르는 피를 영양분 삼아 성장하는데 CT 검사는 간동맥을 따라 피가 흐르는 모습을 연속 촬영한다. 피가 흐르는 모습으로 어느 부분에 암이 자리 잡고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암 조직이 2cm를 넘어가면 다른 부분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치료=간암 치료 방법에는 근치적 치료와 보조적 치료가 있다. 근치적 치료에는 간암 절제술, 간이식, 고주파열치료, 알코올 주입술 등이 있다. 암 조직의 크기가 크고 간 기능이 좋지 않아 수술할 수 없는 경우 보조적 치료로 경간동맥화학색전술, 전신항암화학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시행한다.

이렇듯 간암 치료방법은 정말 다양하지만 암 조직이 발생한 간 일부분을 절제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가 좋다. 하지만 환자 간 기능 상태가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해야 하며, 암 조직 크기가 작아야 하고, 암 조직이 한 부분에만 분포해 있어야만 가능하다. 환자마다 건강상태와 암 조직 분포 상태가 달라 실질적으로 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간 절제술과 다른 치료 방법도 진행할 수 없는 환자는 간 이식을 해야 한다.

간 절제술은 배를 절개하는 개복수술이 원칙이다. 개복수술이 절제를 가장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복강경수술은 개복수술과 달리 0.5-1.5cm 크기의 작은 구멍을 몸에 뚫고 특수 카메라를 장착한 복강경(내시경)을 몸속에 집어넣어 수술하는 방식이다. 요즘 복강경수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지만 간 주변 부위에 암 조직이 자리하고 조직 사이즈가 크지 않은 환자만 받을 수 있다. 개복수술보다 환자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지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전체 간암 환자 중 20% 정도만 복강경 수술을 받고 있다.

간암 환자 대부분은 B형 간염과 C형 간염을 보유하고 있고, 간경화가 동반돼 간암이 발병하는 경우도 많다. 암을 치료하면서 환자가 가진 질병을 함께 치료하는 방법은 바로 간이식이다. 재발률이 낮아 간암 치료에서 간이식이 가장 효과 좋은 방법이지만 간 기증자가 적기 때문에 아직 보편화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간절제술이나 간이식을 받은 환자는 금주해야 하며 불필요한 약을 복용하는 것도 위험하다. 간혹 한약이나 건강 보조식품을 복용하는 분들도 있지만 전문의의 권유 없이는 이런 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줘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해 상태를 자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간암의 비수술적 치료법=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수술적 방법이 바로 고주파열 치료와 경간동맥화학 색전술이다. 고주파열 치료는 주삿바늘을 암 조직에 넣고 고주파 열로 태우는 원리인데, 간 기능이 아주 좋은 환자, 암 조직 크기가 3cm 이하인 환자, 초기 간암 환자가 고주파열 치료대상이 된다. 정확히 암 조직 전부를 태워야 재발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경간동맥화학 색전술은 암 조직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동맥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혈액 공급을 중단하면 암 조직이 서서히 사멸하게 된다. 이 외에도 에탄올 주입술이 있는데 고주파열 치료와 마찬가지로 에탄올을 이용해 암 조직을 태우는 원리다.

◇간암의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방사선 치료는 간암 초기부터 말기까지 전 과정에서 두루 진행한다. 간암 초기에 고주파열 치료가 어려운 경우, 중기에 경간동맥화학 색전술을 시행했지만 효과가 없는 경우 방사선 치료를 하게된다. 간암 말기에 암 조직이 커져 환자가 통증을 많이 느낄 때 방사선 치료를 통해 통증을 줄여주기도 하고, 더 이상 암이 전이하지 않도록 사용하기도 한다.

항암치료는 간 기능이 좋은 환자만 받을 수 있다. 먹는 약과 혈관 주사 방법이 있으며, 혈관 주사는 경간동맥화학색전술처럼 주삿바늘을 간 가까이에 주입한 다음 약을 투입하는 방법이다. 정성직 기자·도움말=이태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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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태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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