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전문인칼럼] 현대 위험사회와 포스트 코로나19

2020-06-17기사 편집 2020-06-17 07:24:05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조성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인류가 전기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전기화재나 감전사고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산업혁명에 의한 근대화 이전까지는 대규모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산업재해에 의한 수많은 희생 역시 염려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자동차가 보급되지 않았다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교통사고로 약 1200만 명이 사망하거나 약 5000만 명의 손상환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오늘날 화재 걱정 없는 낙원에 살고 있을까? 하지만 비행기 사고가 두려워 해외여행을 포기할 순 없다. 다시 원시농경사회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1986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ich Beck)이 발표한 '위험사회, 새로운 근대를 향하여'란 저서에서 현대사회를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명명했는데, 때마침 그해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서구를 중심으로 추구해온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에서 가공할 만한 위험사회를 낳았으며, 다양한 사건사고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사회에서 위험은 공동체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일단 표면화되면 우리의 능력으로 통제가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위험사회를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될까? 울리히 벡은 이성과 과학에 대한 맹목적 신뢰를 버리고 지금까지의 근대화로 인한 문제점을 보완한 '성찰적 근대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제공했지만, 그 이면에 내재된 위험요소를 간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위험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운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특히 시민의 참여를 통해 문제를 공유하고 시민의 연대를 이루어내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위험 인식과 위험 해결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가 신봉했던 서구사회의 질서와 문명이 얼마나 부실한지 지켜봤으며,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의 실력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혹자는 인간들의 활동이 멈추자 대기가 맑아지고, 야생동물이 활기를 찾았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자연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는 코로나의 역설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우리나라의 위기관리능력과 의료시스템의 우수성이 제대로 평가받은 것은 자그마한 위안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변화에 대한 담론이 봇물처럼 넘쳐난다. 재택근무, 비대면(Untact)화가 가속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IT기술, 온라인화, AI 등 4차 산업으로의 진행이 빨라질 것이다. 자국 중심주의 강화에 따른 신자유주의의 쇠퇴 등 경제의 급격한 변화도 예상된다. 사회, 문화, 교육,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질서가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다양한 위험이 일상화됨에 따라 그 충격을 최소화하며 이전 상태로 조속히 회복할 수 있는 복원력(Resilience)이 중시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제조업 없는 금융 중심 국가를 표방한 영국이 공기호흡기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례에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포스트 코로나19시대는 지금보다 안전이 중시되는 사회가 될 것이며, 국가와 사회에 대한 국민의 안전욕구도 높아질 것이다. 국민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안전한 사회를 위한 대의에 동참하고, 무엇보다 인간이 존중받는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받는 고통과 수고로움은 "가치 있는 고난"으로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조성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