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엊그제 보건용 마스크의 공적 공급 중단을 예고한 것은 마스크 수급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여겨진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마스크 대란 때와는 달리 생산량도 크게 늘고 재고도 많이 확보한 만큼 다음달부터 유통을 민간에 맡겨 국민 편의에 따라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보건용 마스크의 하루 생산량이 1800만매에 이르고 재고량도 2억매에 달하는 상황에서 보면 설득력 있는 조치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민간에 맡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 최종 결정에 이르기를 바란다.

현재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공적 의무공급비율에 따라 출고량의 60%를 KF94와 KF80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비말 차단용 KF-AD 마스크나 덴탈 마스크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주부터 공적 마스크 구매 수량을 1인당 3매에서 10매로 늘리고, 공적 출고 비중은 60%에서 50%로 축소하는 한편 수출 물량도 출고량의 10%에서 30%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아예 다음달부터는 공적 마스크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공적 마스크의 공급량을 줄이면서 민간에 풀리는 마스크가 늘어나면 가격도 다소 내려갈 뿐만 아니라 시장기능도 회복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공적 마스크 공급을 중단하고 민간에 맡겨도 문제가 없을지는 더 따져볼 일이다. 우선 사재기에 따른 가격 왜곡의 가능성은 물론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양산·유통될 우려 등이 여전하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의 경우 최근 들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가격 폭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되팔기 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언제든지 마스크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스크 공적 공급과 관련한 새로운 고시가 오늘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정부의 장담대로 수급에 문제가 없다면 공적 마스크 공급을 궁극적으로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소아용 마스크 등에 대한 공적 공급 요구 등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정책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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