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지만 며칠 전 뉴질랜드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 많은 나라들이 뉴질랜드의 뒤를 이어 종식 선언을 하게 되고 그 중에 우리나라도 포함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보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은 듯 하다.

뉴질랜드의 경우 지난 3월 코로나 확진자가 28명에 불과했을 때부터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고, 학교가 문을 닫은 것은 물론이고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곳이 아닌 경우의 모든 상점과 공공기관을 폐쇄했다. 정부 주도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100명 이상이 모이는 모든 집회도 금지됐다. 이러한 노력 끝에 코로나19 청정지역을 만들 수 있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외국으로부터의 빗장을 여는 순간 아무리 검역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무증상 감염자를 100% 걸러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정부의 고민이 있어야겠지만 한 동안 외국인 입국 금지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10대 교역국의 하나인 우리나라는 뉴질랜드와 처한 입장이 다르다. 만약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상황 초기부터 중국, 일본을 비롯한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유럽 수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및 폐쇄 정책을 시행했다면 신천지 교회나 이태원 클럽을 통한 확산과 같은 상황이 원천 봉쇄되었을 것이고, 지금 보다 확진자가 훨씬 적었을 것은 분명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검사 및 치료 역량이라면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이른 시기에 코로나19를 종식시키고 청정지역을 선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틀림없이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동안 교역해 왔던 외국 기업이나 국가들이 다른 사업 파트너를 찾았을 터이고, 국내 유수의 기업과 많은 자영업자들도 큰 어려움에 처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었을 것이다. 전반적인 사회 전체 분위기도 침체되어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보다는 빡빡한 현실에서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그야말로 생존에 모든 것을 거는 상황이 됐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에 걸친 셧 다운(shut down) 없이, 외국에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은 채 코로나19를 컨트롤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이른바 K-방역으로 전 세계인의 찬사 대상이 되고 국가 이미지가 과거 어느때보다도 더 높아졌으며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진단 키트와 방호 용품이 세계 각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 경제적인 일상의 변화에 우리 사회가 이미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었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비대면 온라인 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의 재편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를 위한 정보통신 인프라 면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일상의 표준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춘 셈이다.

위기는 잘 극복할 경우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파산 직전까지 가서 IMF 지원을 받아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끝없는 추락으로 이어질 것만 같았던 암울한 시기였다. 유수의 재벌 기업들이 해체되고 외국 자본에 헐값에 팔려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길러진 국가 경쟁력이 우리가 다시 도약하는 발판이 되었고, 어느덧 선진국 문턱에서 G11을 바라보고 있다. 전 세계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의 사회경제적 질서가 새로이 재편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새로운 일상의 표준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하는 희망찬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어 본다.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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