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응접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안기호 前 회장

6년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이끈 안기호 前 회장이 임기동안 인상깊었던 일을 소개하고 있다.  손민섭 기자
6년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이끈 안기호 前 회장이 임기동안 인상깊었던 일을 소개하고 있다. 손민섭 기자
`사랑의 열매`를 상징으로, 나눔으로 하나 되는 행복한 대전을 만드는 중심에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있다. 아동·청소년, 장애인, 노인, 여성, 지역사회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족의 손길처럼 따뜻한 나눔의 마음을 전하며 `행복한공동체`를 열어가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모금 및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6년간 연임하며 대전모금회를 이끈 안기호 前 회장의 숨은 노력이 큰 바탕이 됐다.

그는 제 9·10대 회장을 역임하며 지역사회 네트워크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대전모금회를 크게 성장시켰다. 대기업이 많지 않은 대전지역에서 모금캠페인 목표액을 매번 달성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고액 기부자를 끌어 모으고 아너소사이어티 33호에 가입하는 등 자신부터 먼저 나눔을 실천하며 귀감이 됐다.

안기호 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대전은 큰 기업들이 많지 않아 모금환경이 녹록치 않은 곳이다. 하지만 개인기부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며 "사회복지 용어에 `눈덩이 굴리기`라는 말이 있다. 작은 나눔을 내가 먼저 실천하고 다시 다른 이웃들에게 우리 자녀들에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들이 내는 고사리 같은 돈부터 시작해서 시민들의 십시일반 정성이 하나로 모여 모금과 나눔 활동에서 대전이 시민참여율이 제일 높은 도시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그는 6년 동안 연중모금을 87억 원에서 125억 원으로 143%까지 크게 늘리고, 525개 지역기업이 착한기업에 가입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을 15명에서 81명까지 키우는 등 지역사회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연말 실시한 `희망2020 나눔캠페인(연말연시 집중모금)`에서는 63억 7000만 원이 모금돼 사랑의 온도탑 나눔온도가 106도를 기록, 대전모금회 역대 최고 모금액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안 전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와 지역 경기 위축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대전 시민과 기업이 한마음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설립 이후 역대 최고액인 125억 원을 모금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역점 사업 중 하나인 100인의 나눔리더 운동을 시작해 108명의 시민들에게 `풀뿌리 나눔문화`를 퍼뜨렸다. 나눔리더는 지역의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나눔 실천 운동 중 하나로 1년에 100만 원 이상 기부한 개인 기부자에게 자격이 부여된다.

그는 "나눔리더 운동은 대전시장부터 구청장, 종교지도자, 기관장, 언론사까지 지역 사회를 이끄는 분들이 다 함께 나눔 문화 확산과 정착에 앞장서며 많은 시민들도 풀뿌리 나눔문화에 동참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러한 지역사회 리더들의 솔선수범은 어려운 이웃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회장은 최근 불거진 정의기억연대 관련 의혹으로 기부 문화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대전모금회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월드비전, 초록우산, 굿네이버스 등 개별 모금 단체가 많이 있지만 고유 사업이 따로 있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법정 기구다 보니 법에 명시된 사항에 의해 다른 모금 단체들까지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긴급 지원하는 역할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만 할 수 있는 의무라고 강조했다.

대전모금회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모금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모금회 내에 설치된 나눔교육 센터는 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직접 강사를 파견해 나눔의 중요성과 모금회의 역할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안 전 회장은 "잠재적 기부자인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하나 된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모금의 상징적 의미까지 함께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임 포함 6년의 임기 동안 나눔에 참여해 준 많은 시민들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남의 도움을 받으며 자랐던 사람들이 오히려 사회에 나온 후 적극적으로 성금 모금에 동참하는 데 감동하기도 했고,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매년 모은 적금액 2억 원을 성금으로 기부한 일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자녀들이 상속받은 유산을 돌아가신 부모님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기부 자리에 참석한 손자들이 "나도 할아버지처럼 성장해서 기부할 수 있는 아너소사이어티가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할 때 한 편으로 사랑으로 기부금을 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면서도 마음속에 큰 울림을 주는 자리였다고 회상했다.

한편, 그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 사건도 있었다. 그가 상담했던 원룸에 혼자 거주하는 50대 여성이 있었는데 몸이 불편해 거동하기 어려운 대상자였다. 하루는 대상자가 화장실에서 넘어져 다급하게 아들에게 전화했더니 아들이 "엄마, 왜 전화했어요!"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해 서운하다며 안 전 회장에게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그는 대상자와 함께 펑펑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공감했다. 이와 함께 대전모금회가 단순히 경제적인 지원을 넘어서 어려운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함께 공유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안 전 회장은 앞으로 더 나은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역할에 충실하며 젊은 세대들을 응원할 계획이다.

그는 "6년 동안 대전모금회 회장을 맡으면서 감사하게도 매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구성원들의 헌신과 시민들의 참여 덕분"이라며 "나는 항상 누구에게든지 빚진 자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대전모금회에서도 내가 했던 것보다 받아 가는 은혜와 사랑이 더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11대 회장을 맡은 정태희 회장은 늘 겸손하고 남을 섬기는 훌륭한 분으로 저를 대신해 후임 회장을 맡으셔서 정말 든든하다"며 "앞으로 지역사회에 사랑의 온도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길 기대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박수를 보내며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청소년 향한 사회봉사 앞장

□ 안기호 前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안기호(77) 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1944년 파주에서 출생했다. 한성신학대 목회학과를 졸업하고 충남대 산업대학원을 수료했다. 2003년 배재대 명예경영학 박사를 취득, 2007년에는 충남대 안보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1968년 어린이 출판사 계몽사에 입사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이어오던 안 전 회장은 1984년 유아 교구재 전문 출판사 대전프뢰벨을 인수하면서 대전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대전에 온 지 1년이 지난 1985년 대전소년분류심사원 방문지도위원으로 위촉돼 1992년과 1998년 두 차례 법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청소년 선도를 이끌어 온 그는 그동안의 적극적인 활동을 인정받아 2002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그가 사회봉사에 뜻을 갖게 된 배경에는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이웃사랑 정신이 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어머니가 일꾼들의 식사뿐만 아니라 동네 걸인들의 밥상까지 따로 챙기는 모습을 보고 이웃을 가족같이 사랑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2016년 10월 장기기증협회에 시신 기증서를 냈다. 나눔의 정신을 사후에까지 실천하려는 그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이가 많아 장기를 기증하기 힘들지만 어떻게든 작게나마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대전프뢰벨의 회장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어린이 교육 사업을 하면서 창출한 수익을 주 고객층인 어린이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지원했다. 처음에는 아내와 둘이 시작했던 봉사활동에 회사 임원들이 동참하기 시작했고, 전 사원까지 확대됐다. 임원진들이 어린이들을 1대1로 후원하면서 사회에 온정을 나누고 아이들에게는 온기까지 나누게 된 계기가 됐다. 이 공로로 1994년 보건사회부 장관 표창, 2013년 아동복지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안 전 회장은 현재 경실련 고문, 대전극동방송 포럼 회장, 배재대 장학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김동희 ·손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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