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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돌봄노동과 코로나19

2020-06-12 기사
편집 2020-06-12 07: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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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고경옥 큐레이터
얼마 전 여행 가방에 9살 아이가 갇혔던 아동폭력사건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어린이는 결국 사망했는데, 자신의 피해를 말할 수 조차 없는 '절대적 피해자'란 사실이 더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편에서는 여러 통계에서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의 사건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고 한다. 일상의 많은 것들이 멈춘 상태로 사회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가정으로 그 책임이 전가된 상황이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 등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책임은 가정 안의 돌봄 노동으로 그것이 더욱더 가중됐다. 대개 이러한 돌봄은 여성들이 수행하는데 한편으론 9살 아이의 엄마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정정엽은 여성, 살림 등을 테마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1세대 민중미술 작가이자, 1세대 페미니즘 작가인 그녀는 개인창작과 더불어 행동주의 미술로서 실천적 예술 활동을 지향했다. 그녀의 여러 작품 가운데 '식사준비'(1995)는 여성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서 내게는 퍽이나 흥미롭다. 재래시장이나 혹은 마트 등에서 장을 보고 귀가하는 여성의 일상이 거대한 화면에 클로즈업 됐는데 그것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그림 속의 여성들은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위해 음식을 할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이러한 노동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돌봄의 가장 기초적인 행위이다. 왜냐하면 음식은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물질이기 때문이다.

한편 여성의 노동은 장보기와 음식 만들기 등 집안일뿐만 아니라 아이나 노인을 돌보는 것으로 끊임없이 반복된다. 맞벌이가 일반화되어도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이라 치부됐던 집안일과 돌봄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 되곤 한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유치원이나 학교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돌봄은 오롯이 여성의 것으로 가중되고, 여성들의 스트레스는 더욱 증가했다. '돌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이러한 사회적 구조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그 취약성이 더 크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돌봄의 문제를 개별 가정이나 여성에게만 그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실질적인 제도 보완으로 모두가 함께해야 할 것으로 변화가 생기길 기대한다. 고경옥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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