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 이전 규모나 위치 등 굵직한 얼개는 이미 짜여 있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해 국토연구원에 의뢰한 용역을 통해 국회 세종의사당 규모와 부지를 제시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를 토대로 예결위와 상임위 13개,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와 사무처 일부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입지로는 정부세종청사와 가까운 호수공원과 국립수목원 북쪽 부지(50만㎡)가 꼽힌다. 법적 근거만 마련되면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는 언제든지 가능하도록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세종의사당 법제화를 외면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며 특위 구성, 설계용역비 확보 등 의욕을 보였지만 이 대표가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원회 심사도 거치지 못하고 폐기되고 말았다. 서울 등 수도권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와 야당의 비협조도 문제였지만 민주당이 세종의사당 설치의 당위성에만 매달려 야당을 설득하는 등 후속 절차를 소홀히 했던 탓도 크다. 충청권 표심을 겨냥한 생색용 행보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뒤따랐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우여곡절을 경험했기에 국회 세종의사당 법제화가 21대 국회 벽두부터 공론화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기대를 갖게 하는 요인도 있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담론을 이끌어온 민주당이 거대의석을 차지한 것 못지않게 세종의사당 설치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이가 바로 박 의장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수도권의 기득권과 야당의 반대 등 난관도 수두룩하다. 호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면밀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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