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린 시절엔 현충일은 공휴일이라서 좋았고 6·25는 또 한 번 빨간 날이라 쉬어서 좋았다. 도덕 시간에 배운 `국가를 지키기 위한 희생정신과 선열을 기리는 날` 이라 했지만 그건 교과서 식의 배움이고 실제 피부로 와 닿은 것은 현충원 참배를 다녀오고부터였던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현충탑에 기념식을 갔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엄숙한 분위기와 사이렌을 울리며 온 동네가 `잠시 멈춤`의 묵념을 하며 그 순간을 기렸다. 또 이 날은 대한민국 모든 전역에 태극기가 조기로 게양됐다. 어느 집이 먼저랄 것도 없이 현충일, 6·25사변 일에는 집집이 태극기를 달며 그 날들을 기렸다.
그런데 지금은 국기를 게양한 집이 손으로 꼽힐 정도고 그렇게 꼭 걸어야 할 의식조차 없기도 한 것이 요즘의 실상이다. 우리의 부모님은 그런 날엔 마루에 앉아 아침 일찍부터 태극기를 꺼내어 소중하게 어루만지며 자식들에게 왜 이 날은 기려야 하는지를 말씀해 주셨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휴일이고 쉬는 날로서의 현충일을 맞이하는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한국의 안정된 생활 안에서의 평안한 삶이 누구의 헌신 덕분에 누리며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우리의 생활은 이전부터 우리가 당연히 누려왔던 생활이라고만 여기는 것 같다. 우리에게 지금은 무엇이 소중한 걸까? 현재는 선물이고 지금 순간은 가장 최고의 시간들인 것이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이 또 한 번 변하고 있다. TV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연일 방송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상황들은 이전보다 현실과 미래를 많이 걱정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여전히 백신 개발을 못해 코로나 19로 인한 많은 변화가 우리의 삶을 염려하게 만든다. 경제악화로 변화된 우리의 먹고 살아가야 할 일들이 앞으로의 염려를 더 갖게 하는 상황들로 가득해 보인다. 우리들의 삶을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가장 중심에 두고 생각하게 하는 게 요즘의 상황이다. 이전에 우리가 누려왔던 생활들의 패턴은 유지하고 싶은데 세상이 받쳐주지 못하니 보이는 것은 여전히 항아리 안의 하늘 크기만 같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 요즘 우리들의 삶의 현장은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여전하다.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이 많다. 누구의 잘못도 누구의 탓이라 하기 엔 온 세상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이전에 살았던 분들은 이러한 때에 또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를 생각한다. 국민은 나라를 생각하고 정치인은 국가를 생각하고 의사는 환자를 생각하고 선생은 학생들을 생각하며 산다. 이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중심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 역할에 충실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내가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움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해서는 이미 걸어온 길이고 걸어오면서 많은 것들을 겪으며 이뤘기에 귀하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분들의 희생, 그리고 내가 선택하여 걸어온 길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 깊이 생각하게 하는 6월 현충일이 우리 모두에게 더없이 소중한 날이 아닐 수 없다. 장혜자 대덕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