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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새로운 시대, 우리의 삶과 고등교육

2020-06-10 기사
편집 2020-06-10 07: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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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뉴욕타임즈에서 전염병 역학 전문가 511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사뭇 흥미롭다. 전문가들 중 대략 50%정도는 앞으로 3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상당수의 기존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데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 활동들이 있는데,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것이 그에 해당했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꼽은 것은 교회 등의 종교집회 참석, 스포츠 관람이나 행사에 참가하는 행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는 것,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 악수를 하거나 포옹하는 행위, 결혼식이나 장례식 참석 등을 꼽았다. 연령층에 따른 개인의 활동량 등을 고려하면 대학교육 역시 언급한 기준에 해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혈기 왕성한 이십대 청년층이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강의를 듣고 교류하는 것은 유흥가 클럽에 젊은이들이 모이는 것과 동일하다. 이는 방역 악몽이나 다름없다. 결국 백신이 개발되거나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걸릴 최소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대학가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전염병이 유행한 이래로 2020년 봄학기는 거대한 실험의 장이 되었다. 전 세계 모든 대학들이 온라인 교육을 강제로 실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은 교수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강의를 제공하게 하고 그에 따른 변화된 노력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학습 방식에 적응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했다. 예전부터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강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플립드 러닝 등의 방식을 도입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전략적으로는 실패한 시도였다. 해외를 포함하여 대학의 온라인 강의를 평가해 보면 edX, Coursera, Mooc (K-Mooc 포함)등의 시스템을 통해서 적당한 수준의 온라인 강의를 대중에게 공급한 것이 지금까지의 최선이었고, 각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전략적으로 육성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선 온라인 강의가 오프라인 강의와는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부분에서 대학이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양질의 온라인 강의를 공급함으로써 오히려 대학의 규모를 키우고 대학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려는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전염병 이후 사회 전체가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대학 역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학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인가.

다행히도 벤치마크가 존재한다. 모범적으로 온라인 강좌를 운영하는 학교로 조지아공대를 들 수 있다. 조지아 공대는 필자가 재직하던 2014년 당시 최초로 컴퓨터 과학에 온라인 석사과정을 개설했는데 학위를 취득하기 까지 납부해야 할 등록금이 단 7000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오프라인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데 드는 등록금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등록학생 숫자는 1만 명을 넘어간다.

조지아공대의 컴퓨터 과학 오프라인 프로그램은 어떨까. 놀랍게도 온라인 프로그램의 자기잠식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오프라인 프로그램은 좀 더 수준높은 학생들을 위한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책정되어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조지아공대는 온라인을 통한 고등교육의 번성이 어떻게 가능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강의의 성공을 위해 초기에 들여야 하는 노력은 매우 크다. 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대학이 각 전공별로 양질의 온라인 강의를 만들어서 모아둘 수 있다면, 목적에 따라 개별강의들을 취합하여 융통성 있게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 확보된 오프라인 시공간에서는 질문-답변 시간을 가지거나, 문제풀이 시간을 가지거나, 토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오프라인 강의와 학생들의 교류는 매우 귀중한 경험을 제공하지만, 온라인 강의의 효용성이 그에 미치지 않는다고 보지 않는다. 대학뿐만 아니라 교육부에서도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형태의 대학교육에 대해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기를 기대한다.

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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