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취재본부 천재상 기자
세종취재본부 천재상 기자
전봇대·쓰레기통·담장·광고입간판·노상주차가 없는 `5무(無)도시`를 표방한 세종시에 불법현수막이 즐비하다. 유동 인구와 차량 통행량이 많은 교차로·네거리 등을 돌아보면 상가·아파트 분양 홍보와 피트니스 센터 광고 등 상업용 불법 현수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시는 불법현수막을 제거하기 위해 달에 1000만 원씩, 90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외부 용역을 맡기고 현수막을 철거하는 등 옥외광고물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어 무관용 원칙을 내세워 `현수막 청정지역`을 지정, 불법현수막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나성동 교차로·어진동 성금교차로·세종고속버스터미널 등 청정지역에 불법 현수막을 게시할 경우 게시 주체를 불문하고 적발 즉시 철거·과태료 500만 원이 부과된다.

시가 지역 고질병인 불법현수막을 관리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펼치는 듯 하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 하다. 내부적으로는 조용히 관련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는 불법현수막을 수거한 주민에게 최대 25만 원, 단체에게는 최대 70만 원의 보상금을 주는 `수거보상제`를 실시했다. 예산 7000만 원이 전부 소진될 정도로 시민 참여도가 높았던 제도다. 도시 미관 조성에 시민이 참여한다는 좋은 명분도 있었다.

그런데 시는 올해 주민참여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다.

이후 지난달 14일 정례브리핑에서는 불법현수막 근절을 위해 `주민참여형 자율정비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초기에는 불법현수막 철거 과태료를 주민자치단체에 지원해주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최근 이마저도 `예산이 없어` 기약 없는 검토에 들어갔다.

겉으로는 불법현수막 근절을 표방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관련 예산을 줄였다는 것은 시의 불법현수막 관리 의지를 시험하는 대목이다. 예산은 한정된 자원을 우선순위에 따라 효율적으로 책정·사용하는 것이다. 불법현수막 예산이 줄었다는 것은 이와 관련한 우선순위가 내려 앉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시가 가로수마다 걸려있는 불법현수막 근절하기 위해서는 관련 예산을 늘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예산 투입 없이 효과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종취재본부 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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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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