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6월이다. 잠잠해지는 듯 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활방역으로 다소 느슨해진 틈을 타 다시 우리 삶에 위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6월에도 거리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보면 이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우울해지는 날이다. 젊은이를 뜻하는 라틴어 유니오레스(juniores)에서 유래된 6월은 6·10 민주화항쟁의 불꽃이 일어나 전 국민을 평화대행진으로 이끌고 6·29 선언이 발표되면서 한국 현대사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또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현충일이 있는 호국 보훈의 달이다. 오늘의 6월은 세상이 모두를 위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온 몸으로 전하며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애도하고 우리의 작은 움직임으로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뜨거운 6월이다. 코로나19로 위협받는 지구의 모습은 IT 발달로 전세계가 하나임을 이해해왔던 모습에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로 만들어 버렸다. 코로나19는 각 분야에서 개인간 비대면 대화방식에 대한 수용의 폭을 넓히고 있고, 바이러스의 특성상 계속적인 변종이 생겨날 것에 대응한 사회적 변화와 변혁의 계기가 되고 있다. 줌(zoom)을 사용한 회의가 많아지다 보니 IT가 익숙치 않은 필자도 화상 속의 대화에 서서히 적응해 감을 느끼며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세계를 갑작스럽지만 쉽게 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건축계에도 PC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현장과 발주처와의 정보 공유 및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건축적 공간의 재구성을 고민하게한다.

건축 공간의 수많은 요소 중 하나는 문이다. 문은 어떤 공간을 출입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이때 그 목적에 따라 공간의 안쪽으로 열리는 안여닫이문, 바깥쪽으로 열리는 바깥여닫이문, 양방향으로 열리는 자재문이 있다. 안여닫이문의 특성은 사생활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고 바깥여닫이문은 피난이 주목적이다. 화재나 재해 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문을 `밀고` 나가기 때문에 피난 방향으로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계단실로 나가는 문이나, 극장문 등이 출입구 쪽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학교의 경우 복도의 폭이 좁으면 대피를 위해 미닫이로 하거나 은행 출입문은 범죄 예방이 중요한 사항이라 안여닫이로 설계를 한다. 은행은 다른 공간과 달리 천정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왜일까. 사람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산소량도 필요하고 공간의 답답함을 피하기 위함도 있으나 도난 사고 예방 차원에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데 천정이 높을수록 멀리 잘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축공간 구성요소의 모든 것에는 목적성을 갖고 있다. 그 목적에 맞추어 설계를 구성해 나가니 건축에 이유없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하겠다.

사회적요구는 건축적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음악이나 오페라 등이 공연되는 콘서트홀은 일반적인 건축 공간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를 갖고있다. 백화점은 외부에서 보면 창문이 있는데 실제로는 존재하지않는다. 시간과 빛의 차단(시계가 없는 이유도 동일하다)이 그 이유다. 건축에 대한 깊은 이해는 우리가 머무는 공간에 대한 사유를 할 수 있게 해주고 건축적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설계 시 고려되었던 많은 상황들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사회적 요구에 의해 변화하고 있다. 건축 공간이 바뀌니 건축설계의 고려사항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겠지만 바뀌지 않는 건 건축 공간은 우리가 머무는 곳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나 IT 발전에 의해 우리의 일상은 지속적인 변화 속에 자리잡겠지만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건축적 사고를 하게 된다면 지금의 공간이 훨씬 재미있는 곳으로 변할 테니 주변의 사소한 건축적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사회적거리두기 시대에 슬기로운 건축 생활이 될 것이다.

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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