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도 끝내 법정시한 내에 원 구성을 마치지 못했다. 국회법에 따라 어제까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원 구성을 완료해야 했지만 이를 준수하지 못한 것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적극 중재에 나섰지만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입법기관 스스로 법을 어긴 것은 유감이다. 자신들은 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국민에게 지키라고 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할 태세였다. 박 의장이 각 당에 상임위 선임 요청안을 정오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민주당이 의사과에 선임안을 제출했을 때까지만 해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래통합당이 선임안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의장이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아무래도 개원에 이어 원 구성까지 단독으로 했을 경우에 야기될 정치적 부담과 후폭풍을 감안한 처사로 보인다. 상임위원장 18석 싹쓸이 우려를 불식하고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여야는 미래통합당이 제안한 국회 상임위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 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특위는 상임위원 수를 논의해 개정안을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로써 원 구성도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가 일단 충돌은 피하고 협상 시간을 벌었지만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는 근본 문제가 남아 있다. 미래통합당이 법사위를 사법위와 법제위로 분리해 여야가 하나씩 위원장을 나눠 갖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상황 타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사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법제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가 걸려있다.

역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은 법정시한을 넘기기 일쑤였다.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평균 41.4일이 소요됐다. 20대 국회는 14일이 걸렸다. 21대 국회도 현재로서는 얼마나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미 법정시한을 넘겼으니 여야 모두 쉬어가자는 생각을 행여 갖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제3차 추경안과 각종 민생법안이 국회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나라 상황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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