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용 대전 둔산초 교장
박종용 대전 둔산초 교장
지난 주에 이어 두 번째 편지를 씁니다. 저는, 지난 2월에 웹서핑[web surfing]을 하다가, 대전둔산초등학교 누리집에서 <예절이 바르고 온화하며, 학력이 고른 편이고 학습 의욕이 높음>이라는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佛眼見佛矣)"는 말처럼, 제자들의 장점만 콕콕 끄집어낸 우리 선생님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2020년 3월 2일에 부임하여 60여 명의 교직원들을 직접 뵈니 정말 그랬습니다. 선생님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이 싱숭생숭하실 텐데도, 서로 돕고 이해하며 원격수업이 충실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였습니다. e학습터와 EBS를 이용한 원격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학생들을 독려하였고, 등교하지 못하여 학교 소식을 궁금해 하는 교육가족을 위해 유튜브 채널(대전둔산초TV)을 개설하였습니다.

아울러 교직원들은 등교수업에 대비하여 체육교구 및 학교 도서실을 정비했고, 다섯 차례에 걸쳐 저녁 7시까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교과서를 배부했습니다. 교과서를 배부받지 못한 16명의 학생에게는 최미자 교감선생님과 김지원 교무부장님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여 전달하였습니다.

자녀 등교에 우려가 크실 학부모님,

어느덧, 낮 기온이 30도를 육박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에 무더위까지 겹치며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중단했던 등교가 5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되며, 석 달 가까이 닫혔던 학교가 순차적 등교수업으로 문을 열게 되었고, 그만큼 학부모님들의 걱정 또한 커지셨으리라 여겨집니다.

학교에서는 학부모님들의 불안감과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방역`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교육부와 대전광역시교육청의 지침을 수시로 꼼꼼히 살폈습니다. 또,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기로 했고, 학년별 시차 등교 및 탄력적인 수업 시간 운영으로 학생들의 동선이 가급적 겹치지 않도록 조정했습니다.

1~2학년의 등교수업을 이틀 앞둔 5월 25일에는, 모든 교직원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현관부터 급식실까지 학생의 동선에 따라 코로나19 대응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실시했습니다. 교직원들은 역할놀이의 주인공이 되어 각자 맡은 위치에서 이론과 실제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점검하였습니다.

이날 학교운영위원님들도 참석하여 학부모 입장에서 등교 상황을 낱낱이 검사했고, 때마침 우리 학교를 방문하신 서부교육지원청 이해용 교육장님께서도 교직원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교직원들은 다각도로 크로스 체크하며 부모의 심정이 되어 5월 27일을 맞이했습니다.

큰 박수를 보내주신 학부모님~~!!

5월 27일 수요일 오전 8시 30분, 드디어 87일 만에 학교가 열렸습니다. 2학년 126명의 학생들이 매뉴얼에 따라 교실로 입실했고, 오전 10시부터는 1학년 103명 신입생들의 등교 환영식을 열었습니다. 학생들은 그동안 키워주신 부모님께 장미꽃을 선물하며 포옹했고, 담임선생님께서는 신입생들에게 나라사랑 교육의 일환으로 태극기를 선물했습니다.

저는 등교 환영식에서 "신입생 여러분이 1학년을 마칠 때까지 아니 졸업할 때까지 지금의 하늘처럼 항상 맑고 청명하길 바랍니다."라며 딱 한 마디 인사만 하고 마무리했습니다. 부모님들의 손뼉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그날 오후에, 2학년 학생의 아버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감동이 두 배 되어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봄눈 녹듯이 사르르 사라졌습니다.

"교장 선생님, 어떻게 하면 감사한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들께서 원격수업할 때에도 성심성의껏 지도해 주셨는데, 등교하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장미꽃을 선물해 주시며 다정하고 따뜻하게 맞이하는 모습을 뵈니 가슴이 찡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음료수라도 들고 선생님들께 갈 수 있으련만 지금은 그것도 불가능하니…. 하여튼 고맙습니다."

박종용 대전 둔산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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