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지만, 연구기능을 보건복지부에 넘길 경우 `무늬만 승격`일뿐 이라는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질본에서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질본을 청으로 승격시키면서 질본 산하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을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연구소 소속을 복지부로 바꾸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질본은 연구기능과 예산, 인력을 잃게 돼 실질적으로는 격하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이를 백지화한 것으로 연구소는 질본이 청으로 승격한 뒤에도 남아있을 수 있도록 조정될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질본이 청으로 승격하면 청장은 국장급 6명 등에 대한 인사권을 갖게 되며, 예산도 독자적으로 편성하게 된다"며 "독립기구라는 위상 확보와 별개로 연구기관이 복지부로 이관되면 인력과 예산이 감축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도 숙고 끝에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정부로서는 바이러스 연구를 통합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하려면 연구소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 것이지, 질본 조직을 축소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에서도 이번 조직개편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질본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하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이번 개편안의 부적절성을 지적한 뒤 "질본을 무늬만 청으로 독립시키는 게 아니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감염병 예방·관리·연구 집행 기능이 사실상 질병관리본부로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질본을 보건복지부 외청이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 `질병예방관리처`로 승격시키자고도 했다.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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