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역사의 산물로 잘 보존해 시민에게 되돌려 주겠다"

1978년 당시 대전 중구 보문산에서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모습. 사진=대전시 제공
1978년 당시 대전 중구 보문산에서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모습. 사진=대전시 제공
철거 후 행방이 묘연하다 인터넷 중고시장 매매물건으로 깜짝 등장한 `보문산 케이블카`가 대전시민과 행정의 손길이 미치는 공적 영역으로 돌아온다. 이달 1일자 `대전 보문산 상징 케이블카 2000만 원짜리 고철로 전락`이라는 제목의 대전일보 보도가 나가고 일주일 만에 이뤄지는 전격 회수다.

대전시와 중구가 뒤늦게나마 수습에 나선 결과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마무리되는 모양새지만, 반백 년 역사를 지닌 문화적 소산(所産)을 대하는 행정당국의 저급한 인식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혹평이 나온다.

대전 중구는 지난 3월 대사동 203-5 일원 1272㎡(385평) 부지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 일환으로 주차장 공사를 시작했다. 2005년 운영을 중단한 케이블카가 있던 자리다. 중구는 부지 매입과 지장물 보상비로 10억 원가량을 지급해 일체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이중 케이블카 등 기계와 건축물에 대한 감정평가 금액은 2016만 원이었다.

주차장 공사 도급을 맡은 건설업체는 중구의 설계에 따라 케이블카를 고철로 매각처분하려 했으나 조경용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인근 주민의 요청을 받아들여 올 2월 말쯤 무상으로 넘겼다. 업체 관계자는 "어차피 고물로 처리해야 할 물건이어서 가져가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주민은 270만 원을 받고 골동품업자에 케이블카를 팔았고 인터넷 한 중고매매 거래사이트에 2000만 원짜리 매물로 올라오기에 이른다. 업체 관계자는 "인근 주민이 케이블카 철거·운송비로 70만 원을 쓴데다 낡고 부식된 케이블카를 막상 수리해서 쓰려니 비용이 부담스러워 되판 게 아닌가 싶다"며 "물건을 사들인 골동품업자는 케이블카의 희소성이 있다고 보고 2000만 원에 내놓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1965년 10월 보문산이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고 3년 후인 1968년 8월 15일 개통해 보문산 상징물로 거듭난 케이블카의 52년 역사와 관광·문화적 가치를 골동품업자만 알아봤다는 얘기다.

중구는 7일 주차장 건설업체, 케이블카를 받아 되판 주민, 골동품업자와 만나 케이블카 회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 관계자는 "해당주민과 골동품업자가 서로 거래를 무르고 케이블카를 되돌려주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케이블카는 현재 서구지역에 보관돼 있으며 9일 회수를 앞두고 있다. 대전시는 케이블카를 보문산 대사지구에 조성할 예정인 광장에 전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케이블카 보관·활용을 두고 고민하는 중구에 대전시가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보문산 관광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는 광장은 대사동 198-29번지 일원 4460㎡(1350평) 부지에 올 연말 들어선다. 시 관계자는 "회수된 케이블카를 일단 중구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연말 광장 공사가 완료되면 광장으로 옮겨 전시하는 방안에 대해 중구와 협의하고 있다"며 "오랜 세월 흉물스럽게 방치된 고철덩어리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과거 시민과 관광객들을 보문산으로 불러모은 관광자원이자 역사의 산물로 잘 보존해 시민들에게 되돌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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