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24시 대전동물의료센터 원장
이동관 24시 대전동물의료센터 원장
`고령화 사회` `100세 시대` 반려동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십 수년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식습관의 페러다임의 변화(사료 위주의 식이급여), 의료기술의 발달,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자의 의식변화 등 많은 요소로 인해 반려동물은 오랜 수명을 유지하게 됐다.

그렇지만 종의 차이로 인한 기대 수명의 차이 때문에 우리는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아픈 숙명을 지니고 있다. 반려동물과 아름답게 이별하는 방법을 말하고 싶지만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은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느냐? 아니 덜 아픈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느냐? 이 물음에 정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첫째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반려동물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 특별한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반려동물의 기대수명은 15-20세 전후이다. 즉 15세 이후의 반려동물은 노령으로 인해 언제든 우리를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하늘이 내려준 수명` 즉, 천명(天命)을 다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삶을 유지하는 동안 얼마나 행복했는가?`이다. 이별의 문턱에 가까워진 반려동물은 행복할 수 없다. 힘든 시간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수명을 다한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축복이다.

둘째 반려동물과 나의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보호자가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힘들어할 때 자주 건네는 말이 있다. "반려동물이 보호자에게 그동안 큰 힘이 되어주는 친구이고 가족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 친구에게도 보호자는 가장 좋은 가족이고 친구였을 거예요"라는 말이다. 반려동물이 자신이 그렇다고 이야기를 해주지 않더라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세상 어느 누구보다 좋은 가족이자 친구를 만났고 이제 이별을 해야함에 있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보호자-반려동물 사이에 서로에 대한 `행복한` 기억이 있다면 그 이별은 축복받아 마땅하다. 이별의 순간을 앞둔 반려동물에게 보호자의 걱정과 후회는 반려동물의 마지막 행복을 가로막는 행위이다. 반려동물도 아름답게 이별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셋째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환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는 반드시 온다. 식욕이 떨어지거나, 울지도 못하고 자꾸 주저앉아 버린다거나, 호흡이 가빠지거나, 소화력이 떨어지거나, 질병이 있었다면 점점 더 심해질 수도 있다. `명확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환자에게 독한 약이나 지나친 기대는 환자가 안락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반려동물에게는 보호자와의 행복한 기억이나 평소 좋아하던 간식 한 조각이 더 필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 명확한 이별의 순간을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순간을 모르고 넘어갈 수도있다. 하지만 우리의 반려동물이 노령이라면 이제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을까?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상황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마지막까지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이별해야 할지를 준비하고 연습해야 한다. 이동관 24시 대전동물의료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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