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상가에 추모의 벽 마련, 모교 분향도 설치

가방에 갇혔다가 숨진 소년을 위로하는 추모의 벽이 천안시 백석동 한 상가에 마련됐다. 사진=윤평호 기자
가방에 갇혔다가 숨진 소년을 위로하는 추모의 벽이 천안시 백석동 한 상가에 마련됐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절망 속에서 세상을 등졌을 소년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의 벽이 생전 아이의 온기가 남아있을지 모를 천안시 백석동 한 아파트 상가에 마련됐다. 모교에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백석동 한 아파트 상가 1층에 지난 4일 오후 자발적으로 조성된 추모의 벽에는 천안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져 지난 3일 사망한 A(9)군에 대한 안타까움의 글들이 포스트잇이나 메모 등으로 채워졌다. 책상에는 아이를 추모하는 꽃들과 학용품, 과자, 음료 등이 놓여졌다. 자신을 302동 아저씨라고 밝힌 한 입주민은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제발 깨어나서 이런 세상도 언젠가는 아름답다는 걸 느꼈으면" 했다며 하늘에서 행복과 나쁜 어른들이 또 나쁜 짓을 못하게 지켜봐 달라고 적은 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로 끝맺음 했다.

"다음 생애에는 꼭 좋은 부모 만나 행복하길, 하늘 나라에서는 편히 쉬렴"이라는 글과 "하늘나라 가서 지금일은 잊고 행복하게 마음껏 뛰어다니렴! 우리가 정말 미안해!" 등 미안함을 토로하는 글들이 많았다.

A군이 재학한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5일 분향소가 설치됐다. 분향소는 7일까지 운영된다. A군 빈소는 5일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군은 지난 1일 오후 7시25분쯤 천안 서북구 자신 집에 있던 가로 44㎝·세로 60㎝ 여행용 가방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계모 B(43)씨로부터 신고로 인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군은 병원으로 긴급히 옮겨졌지만 사흘만에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계모 B씨는 A군을 가로 50㎝·세로 70㎝ 크기의 대형 여행가방에 가뒀다가 가로 44㎝·세로 60㎝ 크기의 중형 여행가방에 옮겨 감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B씨는 3시간 가량 가뒀다고 진술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7시간 넘게 가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군이 숨지면서 전날 구속한 B씨의 혐의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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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갇혔다가 숨진 소년을 위로하는 추모의 벽에 부쳐진 추모글. 사진=윤평호 기자
가방에 갇혔다가 숨진 소년을 위로하는 추모의 벽에 부쳐진 추모글. 사진=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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