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및 네티즌 공분… 천안 다니던 학교서 추모 움직임

천안에서 9살 아동이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다가 숨진 사건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계모의 신상 공개, 엄벌을 촉구하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에서 9살 아동이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다가 숨진 사건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계모의 신상 공개, 엄벌을 촉구하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햇볕 한 줌 들지 않는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다가 숨진 9살 아동의 추모 움직임이 천안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4일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7시 27분쯤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 한 아파트에서 A(9)군이 여행용 가방 안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고 계모 B(43)씨가 119에 신고했다. A군은 심정지 상태로 구급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사흘 만인 3일 오후 6시 30분쯤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A군을 7시간 넘게 가방을 옮겨가며 가뒀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3일 오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병원 등에 따르면 A군은 5일 부검 실시 뒤 순천향대부천병원에 빈소가 차려질 예정으로 전해졌다.

아동학대로 꿈을 채 피우지도 못하고 떠난 A군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육아정보 등을 공유하는 천안아산지역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추모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너무 슬프고 가슴이 먹먹하다.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라 그런지 더 마음이 쓰인다"며 "장례식장이 아니더라도 아이 가는 마지막 길에 외롭지 않도록 추모할 수 있는 곳이 생긴다면 알려달라"고 글을 남겼다. 이 글에는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따듯하게 해주고 싶다", "아기가 너무 가엽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학교 앞에 국화 한 송이 놓고 오고 싶다"고 적었다. 한 시민은 천안시청에 전화를 걸어 "아파트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싶은데 혹시 시에서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문의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이 다니던 학교 앞에 자발적인 추모 공간이 마련될 가능성이 대두되자 교육당국도 논의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천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직은 학교가 경황이 없다. 나머지 아이들과 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놓은 상태"라면서도 "(추모공간 마련에 대해서는) 저희도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A군에 대한 추모와 재발방지책 마련에 대한 여론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4일 현재 A군을 가방 속에 가두도록 한 계모 B씨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원부터 강력한 처벌을 위한 법개정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줄을 잇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천안지역 연간 아동학대 신고건수와 송치건수는 2016년 각각 96건, 3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271건 신고건수에 46건 송치건수를 보였다. 천안시는 아동학대 조사와 사례관리를 수행할 전담팀을 올해 하반기 조직개편으로 신설 예정이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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